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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숙의 씨네뮤직 (13) 가족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 ‘동경가족’

가족 영화의 대가 야마다 요지 감독의 101번째 작품이자 베니스 영화제 출품작이기도 한 ‘동경가족’은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뒤로 하고 급속도로 산업화되면서 가족이 해체되는 일본의 풍경을 담담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영화는 사랑이 녹아 있는 가족, 부모와 자식, 삶과 죽음에서 현대 가족의 자화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몇년전 아들이 영화를 보고 크게 감동 받았다며, 나에게 추천해 준 영화이기도 하다.

가부장적이고 고지식하고 뻣뻣한 성격으로 시골 섬에서 학교 선생님을 한 아버지와,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 (히라야마 부부)는 결혼하여 도쿄에 살고 있는 자식 세 남매를 만나기 위해 모처럼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올라간다. 노부부의 일주일간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의사인 큰아들 코이치와 미용실을 운영하는 딸 시게코, 둘째 아들은 일용직으로 무대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을 뵙고 자식들은 모두 잘해드린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분주한 일상을 핑계로 노부부의 방문을 귀찮아하고 부담스러워 하게된다. 딸은 바쁘다는 핑계로 호텔 숙박을 제안하고, 사실 부모님이 언제까지 도쿄에 머무르실지 부담을 갖고 불안해한다. 하지만 영화 속 부모님, 그리고 그들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부모님,은 누구보다 자식들의 삶을 이해하기에 서운해도 그 서운함을 내색하지 않는다. 마냥 자식들이 잘 살기 바랄뿐이다.

부모님은 익숙하지 않은 호텔이 싫어서 하루 만에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런 부모님께 딸은 비싼 호텔인데 지내지 않고 다시 왔다고 또 매정하게 말한다.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말하는 딸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생업에 쫓기는 자식들은 부모님과 시간을 같이 보내기가 사실 어렵기는 하다. 얼마 전에 우리 엄마가 우리 집에 오셨다. 보고 싶은 엄마가 집에 오셔서 너무 좋긴 했지만 오후에 출근을 해야 하는 나는 엄마를 챙겨 드려야 한다는 게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엄마는 오히려 당신이 딸을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밖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엄마로서 딸로서 서로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엄마가 가고난 뒤에, 나름 한다고 했지만 더 잘해 드릴 것을, 남는 것은 항상 후회뿐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보자. 큰아들과 딸은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소홀하게 대하지만, 막내아들 쇼지는 자원봉사를 하다가 만난 여자 친구 노리코 (마미코라고 부른다)와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비록 단칸방이지만 그곳에서 함께 부모님을 따뜻하게 보살핀다. 엄마는 아들의 여자 친구 노리코의 착한 인품과 고운 성품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한다. 못난 아들을 부탁하는 어머니와 어머니를 어르신으로 공경하며 모시는 마미코를 보면서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마미코는 심지어 쇼지가 아침 일찍 출근하고 혼자 집에 계신 어머니를 걱정해서 전날 밤에 냉장고가 비어있다는 것을 알고, 자기도 출근길에 바쁜데도 불구하고 아침거리를 사다드리고 간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아들에게 좋은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엄마는 너무나 좋아한다. 그런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가족에게 위기가 닥친다.

병원에 입원을 하면서, 온가족이 병원에 모이고 쇼지로부터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는 문자를 받은 마미코도 병원으로 온다. 하지만, 그렇게 어머니는 돌아가시게 된다. 아버지가 마미코와의 결혼을 반대하면 엄마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로 하셨는데, 그렇게 마미코를 맘에 들어 하시던 어머니가 하루아침에 돌아가시니 쇼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그 뿐만 아니라 쇼지의 형제 자매들도 오열을 한다. 장례를 위해 어머님을 고향 섬에 모시는 자리에 마미코도 따라가게 된다.

큰아들과 딸은 장례가 끝나고 바쁘다는 이유로 막내에게 아버지를 맡기고 도쿄로 돌아간다. 현실도 이와 비슷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잠시 슬퍼할 뿐 형과 누나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그 삶속에 우리모두는 들어가기 바쁘다. 막내 쇼지는 장례를 위해 같이 와준 여자친구 마미코에게 어머니가 항상 차고 다니던 손목시계를 유품이라며 준다.

그렇게 아버지를 섬에 홀로 남겨둔 채 자식들은 모두 도시로 돌아간다. 영화는 우리들의 보통적이고 평범한 삶을 담은 것 같으면서도, 마지막까지도 굉장히 감동과 여운이 많이 남는 담백한 영화다. 특히나, 이 영화는 인간의 삶이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뜻밖의 감동적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영화는 가족이라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주제와 이야기로 국가와 인종을 뛰어넘는 감동을 자아내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지 평론가들은 반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현대사회 가족의 모습을 현실적이고도 섬세하게 그려낸 여전히 공감되는 영화라며 극찬하기도 했고 실제로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영화 ‘동경가족’은 세계적인 영화 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의 참여로 특히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히사이시 조는 대학생 시절부터 모더니즘 음악가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으며, 1982년에 첫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 발매하는 앨범마다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제4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음악상, 제3회 아시안필름 어워즈 작곡상 등의 영예를 안기도 하였다.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힌 히사이시 조 음악감독은 ‘동경가족’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작품으로 어떤 의미론 무겁고, 어떤 의미로 밝은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야마다 요지 감독은 “공기 같은 음악,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음악을 원했고 영화 자체가 음악이 많이 필요한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극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함께 공존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 사회는 물질적 가치의 생산 증대만을 지나치게 중시하다 보니,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의 풍조가 나타나게 되면서 가족의 모습도 급변하게 변화하고 있다. 가족의 가치와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혼인율, 하락하는 출산율,증가하는 이혼율로 현대 사회의 가족은 내적으로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사회적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정적인 문제들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과거와 다르게 아주 크게 되었다.  특히나 노부모의 부양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주변의 이집저집에서 노부모 모시기로 인한 형제자매간 문제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지금 우리는 내 부모에게 어떤 아들과 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힘든 상황에 빠져있을때에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절절하게 깨닫는다. 헤쳐 나가기 힘든 고통을 겪을 때 가족은 실로 마음의 큰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기적인 태도는 나중에 후회만을 남기기 마련이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쁘고 힘들더라도, 가족을 챙기고 때로는 관심과 사랑으로 손을 내밀자. 내가 가족으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 어떤걸 차치하더라도, 부모님은 물론이고 가족은 누구보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동경가족의 OST는 저작권 문제상 1분짜리 축약본을 올린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서점이나 음반 가게에서 OST 음반을 살 수 있다고 한다. 

하사이시조의 ost 연주곡

 

정 정숙정정숙의 씨네뮤직 (13) 가족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 ‘동경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