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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9) “빈 땅에 기쁨”

자취하던 서울의 한 동네에 재개발이 결정되자
철거가 시작되었다.

집들이 하나씩 없어지고 그곳은 빈 땅이 되었다.
할머니들은 빈 땅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상추와 깻잎, 파와 오이를 심더니 그것들이 자라자 나누어 먹었다.
젊은 나는 라면을 끓이거나 친구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파나 상추를 조금 훔쳐 먹은 게 사실이다. ㅡㅡ;;

어느날 내 집을 노크한 옆집 할머니께서 배추 두 포기를 주고 가셨다.
밭일이라곤 할 줄 몰랐기에 어찌하나 고민하다가
어머니가 보내주신 반찬들을 나누어서 갖다드렸다.
아직도 ‘오고 가는 기쁨’이 어색하지만,
그것이 기쁨임에는 틀림없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빈 땅들이
살아있는 초록으로 메워지던 모습은
하나의 설렘이었다.

얼마 후엔 나도 동네를 떠났고,
나중에 그곳은 당연히 네모난 아파트로 메워졌다.

수박 김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9) “빈 땅에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