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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설렘을 맞이하면 돼지!

미니멀리즘 열풍이 불기 한참 전이었던 2011년 경이다. 우연히 100개의 물건으로 1년을 살아낸 경험담을 엮은 책을 소개한 기사를 접했다. 데이브 브루노의 ‘100개 만으로 살아보기’란 책이었다.

데이브 브루노의 ‘도전 100개로 살기’ 책. 미니멀리즘의 풀뿌리 운동을 일으켰다

 

수없는 이사를 거치며 깨지고 망가지는 것들에 속상할 때마다 물건에 종속된 기분이 들어 답답함을 느끼곤 하던 차였다. 영감과 용기를 얻었다. 끈끈하게 달라붙는 미련을 떨치고 한 달 동안 상당히 많은 물건을 처분했다.

데이브 브루노의 책을 만난 그 해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큰 충격을 받았다. 인간의 무력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재해 앞에 많은 일본인들이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경험을 통해 소유물에 대해 집착하는 것이 무의미함을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일본은 그 이후 실제로 결혼과 출산이 늘었고 동시에 미니멀리즘의 열풍을 경험하게 된다.

한국도 웰빙과 웰다잉, 에코 리빙을 표방하는 요즘, 미니멀리즘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는 것 같다. 일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무언가를 사고 그러한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여유도 없이 일해야 하는 삶에 과감히 작별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한때 몰아쳤던 제주도 이민 열풍과 한달살이 열풍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책과 방송과 기사와 각종 SNS를 통해 단순하게 사는 삶을 소개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 가운데 또다시 눈길을 끌었던 책이 생겼다. 정리전문가로 일하는 일본의 곤도 마리에라는 작가다. 여러 권의 책을 냈고 정리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돕고 있다. 이 작가의 정리 철칙은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것이다.

이 문구는 어느 순간 또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삶에 좀 더 집중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쳐내는 과정이어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리 그 자체에 집착하고 만 것이다. 어쩌다 보니 꼭 필요한 것은 버리고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남기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때로 미니멀리즘 관련 책자에서 언급된 브랜드의 물건이란 이유로 필요도 없는 물건을 구매하는 정말 쓸데없는 소비도 했다.

위대한 종교와 사상들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을 설파한다. 그리하여 자주 잊어버리지만 알고 있다. 물건을 사는 것으로 허전한 마음을 채울 수 없다는 걸. 방안에 쌓인 택배 박스가 주는 흥분은 며칠도 못 가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요트로 세계일주를 한 이에게서 들은 말이 있다. 배를 사면 이틀이 가장 행복한데 바로 산 날과 파는 날이라고. 깔깔 웃으며 지나갔던 말이 지금 또다시 생각하게 한다.

21세기는 물건이 아닌 가치와 경험을 소비하는 세대가 떠오른다고도 한다. 어쩌다 보니 또다시 쌓이는 물건에 더이상 치이지 않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2019년 한 해는 정말 손에서 놓아야 할 것은 붙들고 있고,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놓아 버리는 것을 멈춰야겠다. 그리고 한 해동안 설렘에 집중하려 한다. 나에게 설렘을 주는 것, 주는 일, 주는 사람, 주는 경험에 집중하고 싶다. 설렘으로 가득한 삶. 그 얼마나 멋진가. 인생은 다른 일에 매어 있기에는 너무나 짧다. 하고 싶었던 가슴 설레는 일을 시작하고 설레는 사람들을 만나 설레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그리하여 즐겁고 설레는 기해년이면 돼지. 그렇지 아니한가?

후니2019년은 설렘을 맞이하면 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