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저널세상을봐

2018 만저봐 총결산-만성 지연증후근자를 위한 변명

 

요즘 즐겨 찾는 사이트가 있다. 그런데 사이트명이 얄궂다. 이름하여 Productive Procrastination. ‘생산적인 늑장’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

이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일에 집중하는 대신 관계 없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시험을 앞두고 하는 책상정리나 청소 같은 것이다. 아마도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순간도 해야할 중요한 일 대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하다… 공부는 할 때마다 주로 죽을맛이 났었다.

많은 이들이 연말이 되면 늘 그렇듯 못다한 일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고 새로운 다짐을 하곤 한다. 새해 목표를 위한 다짐 목록을 작성하는 것도 전세계적인 공통점일 것이다. 그렇게 2018년은 솔직히 별다르지 않은 시작이었다. 언제나처럼 나름의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몇 가지 계획과 스스로와의 약속을 다짐했다.

새해의 다짐은 작심삼일…매년 초 다짐하고 연말마다 후회한다. (일러스트레이션=후니)

연초의 계획 중 하나가 ‘만화저널 세상을 봐’에 한 달에 적어도 두 꼭지씩 기사 작성하기로 한 것이다.  한 달에 두 편의 기사는 만저봐 내부 필진간에 기본적으로 약속한 한 기사 분량이기도 하다. 물론, 처음에는 의욕이 넘쳤다. 결단코 미약한 마음이 아니라 창대한 마음으로 한 시작이었다.

Drop the mic On the Global stage라는 신년호 타이틀까지 직접 만들었을 때는 자못 호기로왔다.

개의 해를 맞아 나름 스웩있고 힙하게 아미의 친구답게 제목을 정했었다.

그랬다. ‘생산적인 늑장’이 지난 1 년간 매월 기사 마감을 앞둔 나에게도 닥쳐오리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아마도 시작은 3월 성북동을 다녀올 즈음부터였을 것이다. 정신차리고 보니 11월이었고, 눈 감고 뜬 것 같은데 벌써 12월을 맞았다. 이리하여 넘긴 마감과 쌓이고 밀린 약속들의 부끄러움이 잡지 속 드문드문 들어 있는 기사 분량이라는 ‘빼박캔트’로 남았다. 결과에 대해서 유구무언이요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기사를 쓰려면  마감이 있어야 한다고는 한다. 헌데 다가오는 마감이 아무리 절박하게 느껴져도 왜 노트북 앞에만 앉으면 백지 상태가 되곤 했는지. 기사 마감을 앞두고 수없이 책상과 소지품을 정리하고 청소와 빨래를 했다. 정말 ‘생산적인 늑장’이었어야 했는데 청소기와 세탁기를 좀 더 가까이하는 시간이 되고 말았다.

머리로는 이런 것들이 글이 풀리도록 해줄 것이라고 되새겼지만 머리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알고 있었다. 단지, 머릿속은 정리와 거리가 멀었고 다른 일을 하면 할 수록 더 엉켜버렸다는게 진실일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만저봐 필진들은 국장님과 부국장님을 필두로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분이 대부분이라 더욱 염치가 없었다. 새롭게 참여하신 외부 필진들도 모두 다 성실의 아이콘들이시다. 

소재가 없어 골머리였다는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일 년간 다양한 프로젝트와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기에 글 쓸 주제야 넘쳐났다. 생각하건데 점잖게 마감을 독촉하신 편집장님 몸에는 ‘후니’표 사리가 자리잡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염보살이라고 불리는 염실장님. 말안듣는 기자에게 마감 부탁하다 지쳐 수액도 맞으셨다.

 

 

 

 

 

 

 

 

 

 

 

 

 

그나마 개연성 있는 변명이라면, 새롭게 시작한 일로 인해 상당히 바쁜 한 해였다는 점이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그 모든 실패한 마감을 해명할 수는 없다. 시간 관리에 또다시 실패했다는 자괴감이 수시로 들었다. 

한때 한국에서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이란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었다. 책의 원제목은 고효율적인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이다. 효율성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사회분위기 때문에 제목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간에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은 효율성이다. 시간 관리와 계획을 세우는 방법, 그리고 일의 중요도에 따른 순서 등을 안내한다. 글쓰기를 위해서도 이러한 계획이 필요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또다시 효율적이지 못했나 보다.

일도 계획을 잘 세워서 중요도에 따라 해야 한다.

 

예전에 직장생활과 일상 사이에서 허덕일 때 직장 보스가 알려준 방법이 있었다. 일이 너무 많아  집안이 엉망이 되어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자 건넨 말이었다. 그녀는 한 마디로 말했다. 모든 것을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을 버리라고. 그 말에 한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완벽하게 하려다 지쳐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었다. 그녀는 이어서 하루에 15분을 이야기했다. 하루는 이를 닦으며 세면대를 닦고 하루는 이를 닦으며 욕실  바닥을 밀면 된다고.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할 수는 없으니 포기하고 할 수 있는만큼 하면서 유지하면 된다고. 그 후 한 3년 간 비교적 균형을 이루며 잘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몇 년간 느꼈던 시간과 마음의 평화. 그때는 잘..했다.

하지만…누가 그랬던가.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시간이 흐르고 또다시 익숙하고 오래된 패턴으로 되돌아갔다. 또다시 시간을 관리하지 못하고 자꾸 쫓기는 그런 일상으로. 뒤늦은 후회와 함께 만저봐와의 약속도 그렇게 되돌아간 셈이다. 개그맨 박명수씨는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정말 늦은거라고 했다지만 이제 2019년을 목전에 두고 다시 한번 그때를 떠올려 본다. 하루 15분의 약속을 지키던 시간들을. 12월을 마치며 1월을 기다리는 바로 지금이 그 때인 것 같다. 하루 15분씩 다시 시작하는 시간. 

이제 더 길게 말해 무엇할까. 시원하게 셀프디스 한마당 벌였으니 기해년 한 해는 심기일전하고 힘차게 또다시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다시 가야겠다.

일단 노트북 켜고 노트 열고 써보련다. 15분간.

 

새해에는 편집장님 몸에 사리를 지난해의 반만 만들겠다고 소심하게 약속해 본다.
자신만만했다가 도로아미타불될까 싶어 완전히 만들지 않겠다고는 자신을 못하겠다.
그리고 꼭 2019년 연말에 다시 한번 이 시간을 뒤돌아보며 정리하겠다.
그때의 시간은 어떤 결과를 마주할까? 약간은 긴장되고 조금은 기대된다.
그래, 다가오라 2019년도의 마감이여!

후니2018 만저봐 총결산-만성 지연증후근자를 위한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