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저널세상을봐

정정숙의 씨네뮤직(11),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하다! 푸치니, ‘라 보엠’ (Puccini, La Bohème)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누구나 함께 있고 싶어하는 소망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 대부분 모두가 함께 하는 것 처럼.

푸치니의 ‘라 보엠’은 전 세계에서 20대의 젊은 관객들과 오페라에 처음 입문하는 관객들이 최고로 뽑는 오페라로서, 연말이 되면 전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사랑받으며 크리스마스 무렵에 단골로 공연되는 오페라이기도 하다. 그건 아마도 내용이 주는 ‘따뜻함’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일까? 국립 오페라단은 매년 12월에 푸치니의 라 보엠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올해에는 국립 오페라단뿐만 아니라 부천 필 오케스트라, 대구 오페라하우스, 수원시립합창단도 12월에 레퍼토리로 푸치니의 ‘라 보엠’을 택했다.

부천시립예술단은 창단 30주년을 맞이하여 부천시민회관에서 푸치니의 라 보엠 오페라를 12월 7-8일에 걸쳐 공연했다. 상임 지휘자 박영민의 지휘아래 부천필하모니오케스트라와 부천시립합창단이 함께 무대를 꾸몄다. 특히 합창단원들과 오페라 오디션에서 선발된 성악가들이 오페라의 주요 배역을 맡았고, 또한 부천시립예술단의 창단 30주년 기념 오페라이기에 더욱 뜻 깊었다. 이렇게 부천시립예술단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무대 스타일과 화려한 조명, 영상까지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어서 더욱 행복했다.

‘라 보엠’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몇 가지가 있지만, 첫 번째로 텍스트와 음악이 보여주는 완벽한 통일성이 있다. 내용에서 희망(La speranza)이라는 이탈리아어 단어가 남자주인공 로돌프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에서만큼 감동적으로 작곡된 예는 오페라 사상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가난하고 내세울 것 없는 남녀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시인 로돌포(파바로티, 테너)와 가난한 여직공 미미 (미렐라 프레니, 소프라노)

1896년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초연된 라 보엠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인기를 끌었던 베리스모 시대의 낭만주의 오페라이다. 실제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적나라한 현실을 오페라 무대 위에 펼쳐 보이려 했던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의 음악은 노동자, 농민, 사회, 최 하층민들의 비참하고 열악한 삶의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격정, 절망, 분노 등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표현 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되는 찬란하고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 푸치니의 ‘라 보엠’은 예술과 가난한 삶 속에서 온갖 고통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파리 뒷골목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묘사한 프랑스 작가 앙리 뮈르제(1822-1861)의 소설 ‘보헤미안 삶의 정경‘을 토대로 한 오페라이다. ‘보헤미안’이라는 의미는 원래 동유럽 보헤미아 지역에 살던 집시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흔히 ‘영혼이 자유로운 예술가적 기질의 인간형’을 뜻하는 단어로 쓰인다.

이탈리아 최후의 벨칸토 작곡가이자 베르디의 후계자라는 평을 받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는 4대째 오르가니스트인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에게 다섯 살 때 오르간 연주를 배웠다고 한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열 살 때부터 산 마리노 성당 소년합창단원으로 활동했으며, 교육열이 남다른 어머니의 노력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장학금을 얻어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 곳에서 폰키엘리에게 작곡을 배우며 마스카니, 레온 카발로 등의 친구들과 함께 보헤미안처럼 가난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고, 굶주림의 고통을 알게 된 이 때의 경험 덕분에 오페라 ‘라 보엠’을 더욱 생생하고 사실적인 작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푸치니는 작곡경연대회에 첫 오페라 ‘레 빌리’를 제출해 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오페라 작곡을 시작했고, ‘마농 레스코‘가 대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본능적인 무대 감각으로 관객을 만족시켰던 작곡가로 불리 운다.

‘라 보엠’은 4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사랑

가난한 예술가와 노동으로 근근이 생계를 잇는 젊은이들이 이 모여 사는 1830년의 파리의 라탱 지구가 배경으로, 이곳은 가난하지만 학자와 시인의 편안한 안식처이다. 로돌프가 어둠속에서 미미의 손을 잡으며,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 , ‘내 이름은 미미(SI.Mi chiamano Mimi)’ 를 부르는데 이는 푸치니가 지닌 낭만적 서정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환상적인 멜로디와 화성을 자랑한다.

2막은 카페 앞 광장

‘내가 혼자 거리를 걸어가며(Quando me’n’vo)’ 오페라가 흘러나오고 정열적인 사랑의 재연으로 사랑을 깨닫게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3막은 두 달이 지난 이른 새벽의 거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난방비도 못 내는 자신과 함께 살아서 병세가 더욱 악화된 미미를 보며 자신의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는 로돌프가 이젠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미미와 조용히 이별의 노래를 부른다. ‘돈 데 리에타’(기쁨은 어디에 있지)가 유명한데, 이는 미미가 로돌프와 이별하기 직전 슬픔에 차서 부르는 아리아다.

4막은 다시 처음처럼 로돌포의 다락방에서 펼쳐진다.

미미의 그리움에 로돌포는 ‘미미는 영영 돌아오지 않아’를 노래한다.

죽어가는 미미와 로돌포 둘만 남겨진 다락방에서 미미는 로돌포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쁘게 회상하는데, 이때 다시 들려오는 1막의 멜로디는 관객들에게 절절한 호소력으로 다가오게 된다.

가난한 생활의 비참함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그 사랑의 힘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부자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낀다는 내용을 주는 오페라 ‘라 보엠’. 그래서일까? 오페라 주인공들은 ‘지금 당장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라는 열정을 공연 내내 불태운다.

4막으로 되어 있는 오페라는 우리들의 귀에 익은 아리아로 가득해서 멜로디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 거렸다. 짧은 시간에도 그 멜로디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것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오페라의 힘이 아닐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한 편의 오페라를 보고 그것이 나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대표 아리아: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 손)Ten

Si Mi chiamano Mimi (나의 이름은 미미)sop

Quan do me’nvo (무젯타의 왈츠)SOP

정 정숙정정숙의 씨네뮤직(11),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하다! 푸치니, ‘라 보엠’ (Puccini, La Bohè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