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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23) – ‘Duke Jordan’의 <Flight to Denmark>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여 거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것이 있다. 붕어빵이다. 붕어빵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 겨우내 보이다가는 날이 풀리면 언제 있었냐는 듯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온전히 겨울에만 맛 볼 수 있다가 날이 풀리면 식상해져서 사라지든 말든 관심조차 없다. 그러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또다시 기다리게 된다. 굳이 말하자면 붕어빵은 겨울에만 먹을 수 있다. 특별히 감동을 줄 만한 맛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붕어빵이 없는 겨울 거리는 왠지 상상하기 힘들다.

이맘때가 되면 마치 붕어빵처럼 이런저런 매체에서 어김없이 다루어지는 앨범들이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겨울의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한, 따뜻한 감성을 담고 있는 음반들이다.

그 중에서도 겨울 시즌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앨범은 ‘Duke Jordan’의 <Flight to Denmark> (SteepleChase)이다. Flight to Denmark는 겨울철이면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앨범일 것이다. 재즈 리스너에게 겨울에 어울리는 음반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음반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차가운 겨울 이미지와 정서에 잘 맞는 대중적인 작품이다.

특히 온통 하얀 눈이 덮인 숲 속 빈터에 검정 외투를 입고 서 있는 피아니스트 듀크 조던의 앨범 표지 사진으로도 유명하다. 왠지 모를 신비로운 이미지마저 풍긴다. 그러기에 자켓 사진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앨범이다. 하지만 이러한 음악 외적 이미지도 풍부한 서정미로 넘치는 연주의 퀄리티를 희석시키지는 못한다. 종종 ‘또 이 앨범이냐?’ 하고 볼멘소리로 폄하하는 분들이 있기는 하나 그런 소리를 들을 만큼 허술한 앨범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앨범의 주인공 듀크 조던은 1940년대에 이미 찰리 파커, 스탄 겟츠, 마일스 데이비스 등과 같이 연주한 관록의 피아니스트다. 그러나 1960년 이후 별다른 빛을 보지 못하고 5년 동안이나 뉴욕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등 혹독한 시절을 보낸다. 결국 1973년에 덴마크를 방문하여 Flight to Denmark를 발표하게 되었고 앨범은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된다. 타국의 낯선 곳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근데 하필 왜 덴마크였을까? 어쩌면 택시를 운전할 정도로 어려워진 환경에서 재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이어가기에 당시의 유럽을 대체할 만한 곳은 없었을 것이다. 특히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은 새로 발견한 약속의 땅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는 앨범 재킷의 이미지에서도 느껴지는 겨울의 차가움이 주는 고독함이 아니다. 외롭거나 비장미가 흐르기보다는 장작 몇 개가 활활 타고 있는 벽난로를 연상시키는 따뜻함의 여유가 있다. 담백한 여백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매년 겨울 여러 매체에서 추천하는 음반이라 식상하다 여길 수도 있으나 그토록 오랫동안 계속해서 언급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연인이 있다면 꼭 곁에 앉혀두고 함께 듣길 바란다. 붕어빵 몇 개라도 먹으면서 듣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면 서로의 온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더욱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우리가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는 건 결국 이런 타인의 체온 같은 것들이 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역설적이지만 잘 기억해 두었다가 뜨거운 여름에 이 앨범을 꺼내 들어도 좋다. 솔직히 말하면 난 겨울에 듣기보다는 여름에 더 자주 듣는 앨범이다. 생각해 보라. 자켓 사진만 봐도 더위가 싹 가시지 않겠는가.

경 성현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23) – ‘Duke Jordan’의 <Flight to Den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