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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희의 작가 산책> 시인 함민복의『미안한 마음』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강화도 시인 함민복. 그의 고향은 강화도가 아니었습니다. 1962년 충북 중원 산골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읽을거리도 마땅치 않은 시골이었기에 문학은 그저 꿈만 꿀뿐이었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 동안 발전소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하지만 시에 대한 열정이 그를 가만 두지 않았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그는 다시 서울예대 문창과에 입학했습니다. 그때부터 가난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답니다. 하지만 마음대로 시를 쓸 수 있고, 시가 있어 행복하답니다.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성선설」로 등단도 했습니다. 마음을 가장 많이 움직이는 순간에 대한 기록이 글쓰기인 것처럼, 시란 ‘자기반성’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강화도 남쪽 끝자락 동막리에 있는 버려진 농가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가난에 익숙해져 버려 자본주의에 관한 욕망을 잊어버린 지 오래랍니다. 욕심이 없으니 부러운 게 없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것도 많다는 생각을 할 때, 자신의 소유에 대해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도 든답니다.

10년을 계획하고 들어간 강화도에서 그는 석양주 한 잔에 취해 뻘에 발을 담그고 낙지 잡고 망둥어 잡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강화도 어민이 다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가 저절로 그를 찾아왔습니다. 강화도의 삶 자체가 시랍니다. 등단 후, 「우울氏의 一日」,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미안한 마음」 등 정말 말랑말랑한 시집과 산문집을 냈습니다. 그로 인해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수영 문학상>, <박용래 문학상> 등 상복도 터졌지요.

강의가 끝나고 몇몇 열성팬들은 그를 강화도까지 모셔다 드리겠다며 따라나섰답니다. 서툰 강화도 길을 헤매며 더위에 그를 기다리게 했지만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기다려준 시인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강화도 갯벌 어디선가 부르면 돌아볼 것 같은 수줍고 편안했던 함민복 시인.

소박한 그의 삶만큼 소박한 시어로 우리 앞에 또 나타나겠지요.

한 성희<한성희의 작가 산책> 시인 함민복의『미안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