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가 그대의 찬란했던 시절을? 그렇다면 응답하라 나의 ‘청계천’이여 -어슬렁 청계천 청계천박물관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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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가 그대의 찬란했던 시절을? 그렇다면 응답하라 나의 ‘청계천’이여 -어슬렁 청계천 청계천박물관 관람기

살면서 한번쯤  “그때가 좋았지”라고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다. 그런데 만약 60년대부터 90년대 치열한 산업화 시기를 떠올리는 이라면 청계천 박물관에 가보라. 그리웠던 그 시절을 잠시나마 소환할 수 있을 것이다.

청계천박물관은 청계천 복원과 때를 함께하며 지난 2005년 개관한 곳이다. 청계천의 역사와 함께 복원과정과 그 이후의 변화를 아우르고 있다.

청계천은 원래 조선시대 태종때부터 오수로 인한 치수 기록이 꾸준했던 곳이다. 도심 내 생활오수가 모여 흘렀기 때문에 주기적인 준설이 필요했고 순조때까지도 이러한 기록이 남아있다. 일제강점기에 원 이름이던 개천에서 청계천으로 바뀐 뒤에도 조선시대와 별다르지 않게 생활하수가 모이고 악취 가득한 도심 빈민의 거주지였다. 박물관에는 일제 강점기 이후의 사진 기록이 있어 이러한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계천 복개와 함께 건설된 청계고가다리와 함께 이곳은 새로운 모습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때 개발이라는 명목로 이곳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강제 이주됐다. 그리고 근대화, 산업화의 이름아래 40여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시야에서 사라졌던 청계천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청계고가다리 노후화에 따른 안전문제로 복원사업 필요성이 90년대부터 제기되면서다. 당시 소설가 박경리 등의 전문가가 참여해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역사적 인식과 고민이 없었다는 자성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박경리 작가 자신도 반성과 함께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현재의 모습도 미래를 생각하는 혜안이 부족했던 현대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현장인 것이다. 빨리빨리와 ‘치적’에 대한 조급증, 역사인식 부재가 바로 그것이다. 박물관에는 물론 이러한 정치적 함의를 담은 기록이 없다. 그러나 행간을 읽으면 지금의 모습을 생각하게 하는 데 충분하다. 박물관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포인트다.

이러저러한 문제점을 차지하고 청계박물관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의 모습을 따라가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청계천박물관에서 그중 더욱 이목을 끌었던 것은 기실 청계천에 살던 사람들에 관한 경험과 기록이다. 천변에는 각종 상권이 생성됐고  그 시절 사람들은 농반진반으로 탱크도 살수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내게 학창 시절의 추억을 선사한 곳이기도 하다.

80년대에 청계천으로 가면 대본소에서 빌려보던 순정만화를 권당 3천원에 직접 구매할 수 있었다. 구하기 어려웠던 해외 명반을 카피한 ‘빽판’을 사러 갈 때의 설렘도 아직까지 뚜렷하다. 지금은 토렌트에서 불법다운로드를 하지만 당시는 청계천 음반상점들이 LP 불법복제를 했었다. 검열의 가드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았던 80년대 해외 명반들은 한 두 곡씩 삭제돼 발매되거나 아예 발매 자체가 되지 않기도 했다. 청계천은 그런 것들을 찾는 이에게 보물같은 장소일 수 밖에 없었다. 골목마다 길마다 희귀한 기계 부품도, 가전제품도, 쓸모없어 보였던 골동품도 많았다. 좋은 향기가 나지는 않았지만 책과 음반, 그리고 오래된 것들에서 나는 냄새가 가득했던 그곳이 ‘응답하라’ 시리즈로 작게나마  ‘복원’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장소가 청계천 박물관이라면 더욱 좋겠다.

청계천박물관 옥상공원에서 바라본 청계천

여러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어머니의 ‘강제’ 처분으로 내 작은 소장품들은 이제 다 사라졌다. 그렇지만 청계천박물관은 지금 진행중인 특별 기획전을 통해 추억을 다시 살릴 수 있다.

청계천박물관 특별전시전

특별기획전 메이드 인 청계천 대중문화, ‘빽판’의 시대는 청계천이 서울에서 대중과 대중문화에 끼친 역할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1980년대까지도 ‘대중문화’는 고급의 반대 혹은 퇴폐적이거나 다소 가벼운 문화를 포괄하는 단어였습니다.

미디어매체의 복제와 유통, 그리고 대중적 소비의 접점에 있었던 청계천은 우리의 대중문화역사에서 가볍지 않은 위상을 차지했습니다.

한때, 세운상가지역을 찾는 다는 것은 문화를 찾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문화의 언더그라운드, 청계천일대의 추억을 메이드 인 청계천 대중문화, ‘빽판’의 시대 와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이 타임머신을 탄듯한 추억여행에서 먼저 시작할 곳은 청계천박물관 건너편에 세워진 서울상점이다. 교복과 뽑기 불량식품 조금은 촌스럽지만 정겨운 영화 포스터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청계천박물관 내 기획전시 소설가 구보씨의 천변풍경(2018. 5. 4 ~7.1)

박물관 내부를 돌아보았다면 박물관에서 보았던 주변도 함께 덜아보길 바란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고기안주에 소줏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천변을 좀 더 걸어가서 을지로에 있는 맛집도 커피집도 방문할 수 있다. 아직 남아있는 오래된 음식점들이 밀려나지 않고 계속 남아 또다른 추억을 만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청계천을 방문한 당신. 이제 그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라.

bearlady

만화와 IT 소식 읽기를 즐기고 글쓰기와 피겨 스케이트를 좋아하는 라 라 랜드 거주자. 만화저널 세상을 봐에 제2의 둥지를 틀어 활동하고 있다.

후니기억하는가 그대의 찬란했던 시절을? 그렇다면 응답하라 나의 ‘청계천’이여 -어슬렁 청계천 청계천박물관 관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