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13) – Offr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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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7월 역사적인 프랑스 대혁명 당시 파리 시내 ‘카페 프와’의 탁자 위로 올라간 카미유 데물렝(Camille Desmoulins)은 왕과 귀족들에 대항하여 무장할 것을 촉구하며 혁명가 일행과 함께 바스티유로의 행진을 시작했다. 당시의 카페가 다양한 계층의 모임 장소로 활용되었던 것만큼 계몽사상과 혁명의 장소적 단초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역사적인 유래가 있어서인지 프랑스 국민들의 카페와 커피 사랑은 더욱 각별하다.

소설가 알베르 카뮈 역시 평소 커피를 즐겼다. 특히 파리 ‘셍제르멩데프레’ 성당 근처의 ‘카페 레 되 마고’에서 사르트르와 셍텍쥐페리, 헤밍웨이, 피카소 등의 문화 예술인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예술과 사상을 논하며 <이방인>을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다. 조금 비약해서 말하면 카페와 커피가 알베르 카뮈와 그의 문학, 특히 <이방인>을 만들어 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보통의 시각으로 본다면 매우 이상한 사람이다. 엄마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관례화된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으로 비쳐진다. 그런 면에서 뫼르소는 제목처럼 ‘이방인’이다.

그런데 뫼르소가 사형을 언도 받은 근본적인 이유가 단지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목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그것보다는 엄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것과 엄마의 시신 보기를 거부했고, 담배를 피우며 밀크 커피를 마신 냉혈한 인간이라는 굴레 때문은 아닐까? 게다가 뫼르소는 장례식 다음 날 해수욕을 하고 코미디 영화를 보고 연인과 정사를 나눈다. 이런 패륜적인 행동들 역시 아랍인 살해가 결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히 계획적인 범행이므로 사형 언도가 마땅하다는 걸 각인시킨다. 결국 뫼르소 자신 또한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자기의 진짜 ‘죄’를 자각한다.

‘그는 내가 엄마를 보려하지 않았고 담배를 피웠으며 잠을 잤고 밀크 커피를 마셨다고 했다. 그러자 장내 전체에 어떤 술렁임이 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죄인임을 깨달았다.’ (열린책들, 127p)

한편, 뫼르소는 엄마의 빈소에서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신다. 수위가 가져다 준 커피는 ‘밀크 커피’다. 당시의 양로원 수위가 커피에 거품을 낸 스팀 밀크를 얹어 가져다주었을 리는 만무하니 뫼르소가 마신 ‘밀크 커피’는 아마도 ‘카페 오레’(Cafe Au Lait)였을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커피에 우유를 섞은 것이다. 커피에 우유를 섞은 것이라면 쉽게 ‘카페 라떼’를 떠올릴 수 있지만 카페 오레와 카페 라떼는 각기 다른 메뉴다. 이탈리아 스타일인 카페 라떼가 에스프레소에 스팀을 이용한 거품 우유를 섞는 것인데 비해 프랑스 스타일인 카페 오레는 커피 플런저라고도 불리는 프렌치프레스나 핸드드립으로 진하게 내린 커피에 단지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부어 만든다. 프랑스에서는 아침 식사용으로 애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유 맛이 부각되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커피 전문점 등에서 판매되기 보다는 가정에서 편의성에 의해 즐기는 메뉴다. 아무튼 그래서일까? 카뮈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팻 메스니(Pat Metheny)가 1982년에 발표한 앨범 Offramp의 Au Lait(프랑스어로 우유라는 뜻)라는 곡을 생각하게 된다.

팻 매스니의 대표 앨범인 ‘Offramp'(ECM, 1982)는 자타가 공인하는 레이블 ECM의 대표 앨범이기도 하거니와 ‘Turn Left’ 라고 쓰인 도로 표지를 담은 자켓 사진으로 유명하다

Are you going with me?를 비롯한 모든 트랙이 그야말로 전설처럼 남은 음반이다. 그러나 이번에 특별히 소개하는 세 번째 트랙인 Au Lait는 그날 뫼르소가 있었던 엄마의 빈소에 흘러 나왔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한 곡이다. 우유처럼 부드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몽환적이고 듣는 이로 하여금 한없이 침잠하게 만드는 이색적인 느낌이라 더욱 그렇다.

아무튼 카뮈를 생각하면 이방인이 떠오르고 이방인을 펼쳐 들면 뫼르소와 그가 마신 밀크 커피인 카페 오레로 의식이 흐르다가 종국에는 팻 매스니의 앨범 Offramp와 세 번째 트랙 Au Lait에 이르게 된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생뚱맞거나 어색하다고 할 수도 없는 이 묘한 의식의 흐름은 과연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성현 경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13) – Offr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