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하면 생각나는 영화 <종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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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평소랑 다르다’

‘갑자기 너한테 무슨 바람이 분거야?’

‘춤바람?’

‘아니면 멋진 사람이 나타났니?’

 

 

누군가가 평소와 다를 때

우리는 흔히 이렇게 무슨 ‘바람’이 불었냐고 한다.

 

가을바람 불면 더 헛헛해지는 계절, 가을.

바람하면 생각나는 한편의 일본영화 <종이달> 을 소개한다.

 

 

 

 

영화 속 주인공인 리카는

남편과 단둘이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에 만족하며

은행에서 파트타임을 하는 평범한 주부다.

 

 

어느 날 그녀는 고객의 집에 방문한다.

그녀는 거기서 한 대학생을 만난다.

리카는 그 대학생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의 바람(Wish)일까,

그녀의 바람(Wind Of Life)일까.

 

여기서부터 온화하던 그녀의 일상에 바람,

아니 폭풍이 몰아친다.

 

그녀는 하루 일과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그에게 빨려들기 시작한다.

그녀는 대학생인 그에게 모든 걸 해주고 싶어한다.

너무나 귀엽고, 소중하고, 안쓰러운 존재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일하던 은행에서 돈을 훔친다.

처음에는 작은 액수였던 것이,

점점 큰 액수가 된다.

사랑에 눈이 먼 리카의 간은 그렇게

터질 것 같은 풍선처럼 커져만간다.

관객들은 ‘저래선 안되는데..’ 안타까워하며 스크린을 지켜본다.

 

리카는 대학생이 였던 그에게 집까지 구해주고

등록금을 내주고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녀는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을 훔치고

은행의 예금증서 까지 위조하면서

다시는 되돌아 올 수 없는 길을 걷는다.

 

결국 그녀는 가족과 일, 관계

모든 것을 잃는다.

 

 

보고 난 후 머릿속이 멍해진 채로 영화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이란 말인가?

 

주목할 만한 것은

리카의 유년시절에 리카는 지구 건너편에 사는 가난한 아이에게 기부하기 위해

아빠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 기부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유년시절에 치기어린 에피소드로 넘길 수도 있지만

자신의 행복을 손에 넣기 위해

어떤 수단이든 정당화 하는 모습이야말로

그녀의 바람이 시작된 지점이 아닐까?

 

 

생각의 끄트머리에

인생의 마지막을 리카처럼 살긴 싫다, 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인생에서 바람을 만나는 것은 누구든 피해갈 수 없다.

 

바람은

그것은 먹고 싶다, 놀고 싶다처럼 단순한 욕구이기도 하고

강렬한 욕망이기도 하고

쾌락에 대한 욕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람은 그 자리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

잠깐 있든, 오래 있든 바람은 바람이다.

나를 훑고 지나갈 뿐이다.

 

 

왔다가는 바람 후에 마주하게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바람으로부터 나를 지켜야한다.

 

영화 <종이달>을 보고나서

나는 바람이 더 무섭다.

아직 바람을 맞을 준비가 안됬다.

잠깐 왔다가는 바람에 나의 몸을 온전히 맡기는건

나같은 겁많은 사람에겐 위험한 일이다.

 

 

나를 통째로 날려버릴만한 큰 바람이 부디

나를 피해가기를.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서 나를 지키며 살 수 있기를,

소중한 것을 잃고나서 깨닫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영화 <종이달> 소개를 마친다.

 

 

 

 

 

 

tjqhdud1001

글쓰기와 독서, 여행 등 좋아하는 것이 넘쳐나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은 채움에서 내가 사는 지역을 좀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상상력을 실험하고 있다.

서보영바람하면 생각나는 영화 <종이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