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신달자의 ‘백치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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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미열이 나면/ 하느님 하고 부르지만

자다가 신열이 끓으면/ 어머니, 어머니를 불러요

아직도 몸 아프면/ 날 찾느냐고 / 쯧쯧쯧 혀를 차시나요

아이구 이 꼴 저 꼴/ 보기 싫다시며 또 눈물 닦으시나요

나 몸 아파요, 어머니

오늘은 따뜻한 명태국물/ 마시며 누워있고 싶어요

자는 듯 죽은 듯 움직이지 않고/ 부르튼 입으로 어머니 부르며

병뿌리가 빠지는 듯 혼자 앓으면/ 아이구 저 딱한 것

어머니 탄식 귀청을 뚫어요/ 아프다고 해라 / 아프다고 해라

어머니 말씀 / 가슴을 메어요

-시 ‘사모곡’ 전문-

“문학은 타고나는 것도 아니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한사람이 가지는 삶에 대한 환경이 무엇을 쓰게 만들며, 어느 날 밥상처럼 내 앞에 차려져 오는 것” 이라는 신달자 시인.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세 가지 당부를 받았는데, 첫 번째는 죽을 때까지 공부할 것, 두 번째는 돈을 벌 것, 세 번째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라는 것이었답니다.

대학원에 들어가 조교를 하다가 연애하고 결혼하면서 어머니께서 당부하신 세 번째 것을 지키려고 모든 것을 버리고 문학도 배신했습니다. 그러다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여자가 겪는 경로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답니다.

그때 박목월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현대문학’으로 등단합니다.

딸이 세 살이 되던 해 시어머니가 쓰러지고 남편마저 쓰러져 24년이란 기나긴 세월을 앓게 됩니다. 갑자기 닥친 절망과 좌절 앞에 삶을 포기 하고 싶었지만 한줄기 빛처럼 다가오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환자를 수발하며 석, 박사 학위를 받고 ‘백치 애인’과 ‘물 위를 걷는 여자’도 그때 쓴 것이랍니다.

결국 그녀는 어머니의 세 가지 당부를 모두 지켰습니다. 전혀 고생을 모르고 살아온 듯 곱디고운 그녀를 보며 운명을 이기는 한국의 여인상을 수정해야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hanregina

겉모습과 달리 빈틈 많고 털털한 사람. 17년째 수필을 공부하면서 수필집 '가시연 빅토리아' 겨우 한권 냈다. 10년동안 부천시청 복사골기자로 활동하다가 이제 시민 만화기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내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카툰으로 표현하고 싶어 '열공' 중이다. hanregina@cartoonfellow.org

한 성희시인 신달자의 ‘백치 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