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숙의 씨네뮤직(9) — 삶에서 딱 한번 확실하게 일어난다는 진짜 사랑의 느낌! 그리고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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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는 로버트 제임스 윌러가 쓴 실화 소설로 1960년대 미국 아이오와 주의 매디슨 카운티를 배경으로 한다.

15년 전에 개봉된 이 영화를 어쩌다 네번째로 다시 보게 되었다. 처음에 봤을 때와 시간이 지나 나이를 더 먹고 나서 본 이 영화는 예전에 비해서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더 제대로 깊이 감상해서일까?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사랑하는 남편이나 아내의 죽음으로 인하여 유언장에 생전에 알지도 듣지도 못했던 이야기가 나온다고 생각해보자. 남은 유가족들은 이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남편을 먼저 잃고 평범하게 살던 어느 노부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는 준비되어 있던 가족장이 아닌 화장을 해서 어느 다리 근처에 뿌려달라는 유언장을 남긴다. 그 유언장을 아들과 딸이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하게 되는데, 그 속에는 비밀의 열쇠와 같이 한 평생 그 누구에게 말하지 못한 어머니의 나흘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쓰여져 있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있다. 프란체스카의 사랑이 불륜일지 로맨스일지, 그 차이는 그녀를 한 가정을 지키는 어머니로써 보느냐 혹은 한여성으로써 보느냐로 부터 시작된다. 엄마의 노트를 직접 읽는 아들과 딸에게서 그 정체성의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엄마에게 남자는 본인과 아빠 외는 생각할 수 없는 아들과, 엄마가 아닌 한 여자로 보는 딸의 시선은 너무나도 다르다.

두 남매의 반응을 통해 넌지시 나타낸 어머니와 여성이라는 프란체스카가 가진 두 개의 서로 다른 정체성은 이 영화가 단순한 중년 여성의 일탈된 사랑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사랑의 느낌은 결혼이라는 제도와는 무관한 듯이 보인다. 이런 사랑은 아무리 짧은 것일지라도, 가족에 대한 희생과 헌신과 최소한 같은 무게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지닌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어느 날 사진 작가인 남성 로버트 킨케이드가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실을 로즈만과 할리웰 다리의 사진을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길을 잃은 그는 잘 정돈된 한 농가 앞에 트럭을 세우고 길을 묻는다. 남편과 두 아이가 나흘 동안 일리노이 주의 박람회에 참가하러 떠나고, 집에 혼자 있던 평범한 시골 여인 프란체스카는 예의 바른 이방인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결혼한 지 15년이 되면서 사랑도 식었고, 남편은 늘 일에 바쁘고, 아이들과 집안을 돌보느라 정신없이 살던 프란체스카는 로버트에게 왠지 끌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신의 인생은 잊어 버린지 오래이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크고 난 후에 비로소 나를 찾으려 할 때에는 내가 누구였던지 기억조차 가물거린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그저 앞만 바라보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프란체스카 그녀도 그랬다.

아들과 딸이 자라는 가정을 비롯해 모든 것이 안정적인 삶이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안정감보다는 답답함이, 한적보다는 고립이 우선이다.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일어나는 은밀한 밀회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이 영화는 그려내고 있다.

왕년에 누구보다 빠르게 총을 뽑아들던 ‘황야의 무법자’로서 서부영화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알려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 영화에서는 권총이 아니라 니콘 카메라를 든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 기자로서 관객을 맞이한다.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서부의 영화로 안방을 책임졌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특히 이 영화는 줄거리뿐만 아니라,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의 섬세한 연기와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을 통한 감각적인 연출로 찬사를 받았다.

정말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나올법한, 정적이지만 아름다운 매디슨 카운티의 영상 속에 나른하게 흐르는 음악, 그리고 특히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절제되면서도 열정을 표출시킨 메릴 스트립의 훌륭한 연기는 이 작품을 단순한 멜로 영화를 초월한 아름다운 예술 영화로 만들어 주었다.

살면서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남녀 간의 사랑, 삶에서 딱 한 번 확실하게 일어난다는 진짜 사랑의 느낌!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런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 오는 거요.”

이런 감정을 평생 찾아 헤매는 사람이나 그런 감정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다가는 사람도 많은데, 어느새 중년에 이른 그들은 그동안 살아 온 시간은 나누지 못했어도 평생 한 번 찾아온다는 확실한 감정에 강하게 연결되어 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서로를 나누고 느낀다.

로버트는 떠날 즈음 프란체스카에게 자신과 함께 도망쳐서 새로운 삶을 살자며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고 그녀를 유혹하지만, 갈등하는 프란체스카는 로버트의 사랑보다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고 안정적인 가정 생활을 택하게 된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프란체스카의 말처럼 사랑은 그 누가 예측할 수 없으며 신비하며 새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면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별을 고하고 떠나는 마지막 날 좌회전 신호가 떨어진 도로에서의 장면이 특히나 나를 몇 번이나 울컥하게 했다. 비를 맞으며 그녀를 안타깝게 쳐다보는 그와, 함께 가지 못하기에 눈물을 흘리며 그를 쳐다보아도 차마 나가지 못하는 그녀. 그녀는 그 짧은 순간 얼마나 많은 갈등을 했을까! 영화를 보면서 ‘만약에 나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그리고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를 끝없이 되묻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은 비로소 서로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평생을 그리워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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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평생 동안 가족에게 바쳤으니, 내 마지막은 로버트에게 바치고 싶다”라는 소망으로 그녀의 4일은 불륜이 아닌 생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아름다움으로 완벽히 표현될 수 있었다.

그러한 프란체스카의 마지막은 남매가 영화 초반 격한 반대와는 다르게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그녀의 유골을 로즈먼 다리에 뿌리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 순간, 프란체스카는 완벽히 어머니에서 여성으로 승화된다.

순수함이 사라져가는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영화를 보고, 있는 그대로의 해석을 하는 사람이 아직 얼마나 남아 있을까 궁금하다. 아름다운 것을 볼 때는 아름다움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순수한 빛, 그것을 잃지 않는 한 우리는 얼마든지 내면적으로 아름답고 멋지게 늙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이 영화는 소설만큼 꽤나 흥행했다. 1960년대의 아이오와 주의 매디슨 카운티를 배경으로 만든 이 소설은 발표 당시 37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미국에서 859만부, 한국에서 7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그 소설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 주연을 맡아 95년에 발표한 작품이 바로 이 영화이다. 2400만 달러를 투자해 70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었고, 해외 흥행성적도 꽤나 상당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리는 실제로 있던 것인데, 2002년에 저질스러운 불륜이 찍힌 곳이라고 외치는 특정 종교의 광신도 집단이 몰려가 그만 불에 태워버렸다. 그 이후 프란체스카의 집도 그렇게 사라졌다고 한다.

영화 OST

DOE EYES (Love Theme From The Bridges Of Madson Countey)  (레니 니하우스)

I’LL CLOSE MY EYES – DINAH WASHINGTON 디나 위싱턴


– EASY LIVING – JOHNNY HARTMAN (쟈니 하트만)

– BLUE GARDENIA – DINAH WASHINGTON (디나 워싱턴)

I SEE YOUR FACE BEFORE ME – JOHNNY HARTMAN(쟈니 하트만)

– SOFT WINDS – DINAH WASHINGTON (디나 워싱턴)

BABY, I’M YOURS – BARBARA LEWIS (바바라 루이스)

– IT’S A WONDERFUL WORLD – IRENE KRAL (아이린 크롤)

– IT WAS ALMOST LIKE A SONG – JOHNNY HARTMAN (쟈니 하트만)

– THIS IS ALWAYS – IRENE KRAL (아이린 크롤)

– FOR ALL WE KNOW – JOHNNY HARTMAN (쟈니 하트만)

– DOE EYES (REPRISE) (레니 니하우스)

정 정숙

각자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 다른 세상에서 설렘과 기쁨을 안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나만의 길..감미로운 음악, 따뜻한 커피, 그리고 아름다운 책이 있을 그 곳을 향해서..

정 정숙  정정숙의 씨네뮤직(9) — 삶에서 딱 한번 확실하게 일어난다는 진짜 사랑의 느낌! 그리고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메디슨카운티의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