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강릉#21 소박한 듯 하나, 기품있는 카페, ‘강문여행자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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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박또박 받아쓰기 공책에 연습한 글씨처럼,
풋풋하고 정감있게
강문여행자거리라고 써진 조그만 서브 간판.
독특한 매력을 풍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
유난히 내 눈에 들어온다.

흰색과 파란색으로 거칠게 페인트로 칠해진 외관.
담벼락에 낙서하듯
로스팅룸 외벽 울타리에 커피라고 써놓은 글씨와
투박하게 그려진 커피잔이
참 정감있어 보인다.

강문 바다가 먼발치로 보이는 곳에 있는
이 자그맣고 로컬 느낌 물씬 나는 카페는
한지 그림을 그리고 강의도 하고 계시는 한지작가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한지로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할까 싶을 만큼
다채로운 한지 고유의 깊이 있는 색감과
물감이 구현할 수 없는 재질감과 입체감까지 표현되는
한지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작가님.
한지 그림을 작가님께 잠깐이나마 배운적이 있어 내게는 선생님이신데,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한지수업을 듣다가 초급반만 겨우 마무리하고 포기했지만
한지를 만지작거리며 한지그림에 열중하던 그 시간들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한지그림에 열중하다보면,
분주한 일상은 잠시 잊게되고
한지를 만지고 찢고 붙이고 하느라 오롯이 그림에만 집중해서
복잡한 마음이 정리되는
나만의 힐링타임이었었는데,

이곳에 오면
한지 수업을 할  때의 그 느낌과 오버랩되어
그 때의 그 고즈넉한 평화로움이
‘강문여행자거리’에서 다시 한번 느껴진다.

이곳을 찾는 이들도 대개는 조용조용 대화를 나누는 모습일 때가 많았는데,
손님들도 참 카페에 어울리는 분들이 찾아오시는 구나 하고 느낄때가 많았다.

카페거리 안목과는 비교가 안되지만
그래도 강문이다보니 주변에 카페들도 많은데
굳이 이 작고 소박한 카페를 찾아오신 걸 보면
이미 이 카페의 팬이거나
아니면 팬이 될 가능성이 다분한 분들이 방문을 하게 되는 듯하다.

한지 그림을 그리시는 선생님이지만,
커피도 한지만큼 전문적으로 해오신 선생님.
한지 수업을 하러갈때마다
수업준비와 진행만 해도 바쁘실텐데
손수 핸드드립으로 내려주시던 커피맛과 향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여전하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위해 내려주는 그 커피의 맛은 어쩐지 더 남다르게 느껴졌었는데…
그때처럼 이곳의 커피는 어쩐지 한결 더 깊이 있는 맛이 느껴지는 듯하다.

카페 내부에는 여러 한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벽에 걸린 그림들은 한지로 그린 그림이라고 먼저 얘기를 듣지 않으면
한지 작품이란 걸 쉽사리 알아차리기 힘들만큼
놀라운 표현력과 색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곳곳헤 생활소품으로 사용가능한 다양한 공예작품들이 시선을 끈다.

한지수업 초급단계 언저리를 잠시 맴돌다 만 처지이긴 하지만,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갔을지를 짐작하기에
더욱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작품들.
직접 로스팅해서 신선하고 깊이있는 맛의 커피들과
이 오랜 시간과 노력이 담긴 작품들이
어쩐지 맥이 닿아있는 것 같다.

같은 카페라도
누가 커피를 내려주고 있느냐에 따라 참 느낌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이곳은 사장님의 우아한 품격이
커피맛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가면
창문너머로 강문바다가 보이고
바다만큼이나 깊이가 느껴지는 하늘도 보인다.
바다가 통유리창으로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카페들에서 느껴지는 그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의 뷰다.
작은 창의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먼발치 바다를 넌지시 내다보면
고요히 상념에 젖게 되기도 하는 이곳.

여러 개성있는 카페들이 강릉에 참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층 더 특별함을 지닌 이 카페,
강문여행자거리라는 그 이름에 어울리는,
문득 강릉에 여행왔다가 이곳을 우연히 발견해서 들어가게 되는 여행자가 있다면
그야말로 소확행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로컬의 소박함과 더불어 특별한 기품이 느껴지는 이곳만의 감성을 느끼며
커피 한잔 하는 행운을 한 번 누려볼 수 있기를.

reillust

바다,커피,음악,꽃,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림그리는 걸 많이 좋아합니다. illustrator/carto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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