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강릉 #19 우아함의 미학, ‘테라로사커피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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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로사에 대한 글을 쓰려니…
너무 많이 먹어서 체한 것처럼…
인터뷰때 듣게 된 테라로사의 깊고 넓은 수많은 이야기들로 인해
뇌에도 과부하가 걸려
좀처럼 써지지가 않았다.

쓰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풀어내야할지 모르겠는
그 부담감에…
눈내리던 3월에 간 테라로사 이야기를
이제서야 써내려가고 있다.

붉은 땅이라는 뜻의 테라로사.
커피가 잘 자라는 비옥한 땅을 뜻한다 했다.
붉은 흙의 이미지가 그대로 느껴지는 이곳의 붉은 벽돌들.
붉은 벽을 배경삼아 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3월의 그 날과는 상당히 시간차가 있음에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인터뷰 내용들을 곱씹어보노라니
잿빛 하늘이 차분하게 떨구어내던 눈송이를
하나하나 풍경처럼 담아내고 있던
그날의 테라로사가 어쩐지 내 눈앞에 선연히 보이는 듯하다.
카페 창가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언제나 사람 붐비는 테라로사에서
한적함이라는 흔치 않는 분위기를 느끼며
새로 바뀐 테라로사 커피공장을 처음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돌이켜보니 정말 행운이었다.

테라로사…
강릉으로 이사와서 처음 가 본 카페가 구정에 있는 테라로사 본점이었다.
바다말고는 딱히 볼 게 없다 생각한 이곳에 와서
탁월한 자연경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가볼만한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커지던 차에
강릉에서 꽤 유명한 카페라며 남편이 데려가 준 곳.

분명 강릉에 위치해 있지만 강릉과는 다른…
그저 딴세상 같았던 이 곳..
그날의 테라로사의 분위기와 음악과 느낌들이
아직도 고스란히 떠올려질만큼
예전이나 지금이나 테라로사에는 테라로사만의 독보적인 아우라가 있는듯 하다.

테라로사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놓은 이정표가 보이는 즈음부터
이미 코끝가득 맴도는 커피 로스팅 향기,
입구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퍼지는 빵굽는 냄새…
그리고 생각보다 무척이나 작고 좁은 출입문을 삐그덕 열자마자
어둑한 조명에 배경처럼 낮게 흐르던 조용한 음악…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
품격있게 손님들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태도,
곳곳에 꼭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진 아름다운 꽃들….
정말 스페셜하게 느껴지던 이곳의 스페셜티커피.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한순간에 힐링되던 그 날의 기억이 내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젠 그 곳은 추억의 공간이 되었고

본점은 상상 그 이상의 규모로 작년에 새단장을 했는데,
사람 미어터진다는 소리에 가볼 엄두도 못내고 있다가
인터뷰가 잡히고서야 비로소 처음 가보게 되었다.

가히 규모는 듣던대로 어마어마하리만큼 웅장했다.
우와 하고 입이 떡벌어지게 만드는 거대한 공간감.
새로 리뉴얼된 테라로사커피공장의 첫인상은 카페라기보다는
마치 뮤지엄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도 전혀 압도당하지 않을만큼
일층 중앙에 배치되어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엄청난 크기의 빈티지한 철제테이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테라로사의 아이덴티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었는데
고풍스럽고도 굉장히 세련된 느낌에다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곳의 가구와 소품들 대부분은
대표님이 직접 해외를 다니며 발품을 팔아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늘 테라로사의 독특한 소품들의 출처가 궁금했었는데…
역시나 그렇구나 싶었다.

실내이지만 앉아있으면
어떤지 잔잔히 흐르는 강변 둔턱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만들어진 좌석.
테라로사스러운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스팟이다 싶었다.
곳곳의 아름다운 소품들과 함께 시선을 끄는 것은
멋스러운 테이블 곳곳에 놓여있는 화병들인데,
사실 테라로사를 테라로사 답게 만들어주는
여러 요소들 가운데 특히나 이 생화장식은
테라로사가 이곳을 찾은 고객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은 그 ‘우아함의 미학’이
아주 잘 담겨있는 포인트로 느껴진다.
길어야 일주일 가는 생화장식이 누군가에게는 사치스럽게 보일수도 있고,
생화와는 구별이 안될만큼 조화들도 많지만,
아무리 비슷해도 생화만의 품격있는 아름다움을 구현하기는 어렵기에
굳이 비용을 들여서 매주 새로운 꽃으로 화병을 장식하는 테라로사.
작은 차이에서 이곳을 찾은 이들이 큰 감동을 느낀다는 것을 이미 잘 간파한 듯 했다.

강릉에 있는 테라로사의 모든 꽃장식들은
알고보니 내가 자주 가는 꽃가게에서 제작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테라로사의 디자인실장님이 고른 꽃들을 꽃가게 사장님이 디자인해서 꽃아주신다고 하신다.
손님들에게 눈에 띌 수도 있고 전혀 관심도 받지 못한채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아는 사람의 눈엔 그 모든 수고로운 과정들이 참 정성스럽게 느껴지고 남달라보인다.
과하지도 않고 초라하지도 않은 테라로사에 걸맞는 딱 적절한 느낌으로 톤다운된 색감의 조화가 아름다운 이곳의 플라워장식.
일부러 화병이 놓인 곳 근처에 앉고 싶을만큼 어느 테라로사 지점에 가건
나는 참 이 꽃들이 좋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테라로사의 창업자 김용덕 대표님은 마침 서울 테라로사포스코점 오픈 준비로 서울에 가 계신 까닭에
이현주 기획팀장님과 긴긴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이분의 이야기를 듣고있자니 테라로사에 대한 모든 질문엔
아주 단순한 질문에도 이미 준비된 답변지가 있는 것마냥 일목요연하고 디테일한 답변을 해주셔서 참 인상깊었다.
그만큼 그녀에겐 이곳이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테라로사에 뼈를 묻었다고 해도 될 만큼…
테라로사에 대한 모든 마인드와 철학을 대표님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듯 했다.

커피도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소신으로…
강릉..에서도 살짝 중심가와는 동떨어진 구정에 카페를 연 대표님.
구정이 아닌 곳에 위치한 테라로사 커피공장은 어쩐지 상상이 안될만큼
한적한 이곳의 주변환경이
테라로사와 너무나 잘 어울어져서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곳에 자리잡으셨나 했더니
사장님의 집이 이곳이셨다고.
카페 창업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결국은 최선이 된 듯 하다.
구정이 아닌 다른 곳에 위치한 테라로사 본점은 상상이 되지 않는 걸 보니.

어쨌든 처음부터 커피를 산업으로 만들려는 큰 그림을 그리며 출발부터 남달랐던 그는
스페셜티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스페셜티를 들여왔다.
우리나라에서보다는 해외에서 진가를 인정받고 계시는 김대표님.
원두 산지에서의 대표님의 아우라는 여기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이지만,
스페셜티 시장의 물꼬를 트고 고퀄리티의 원두를 저렴한 가격으로 보편화시킨
우리나라 커피 시장의 한 획을 그은 그의 공적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터.

팀장님의 표현에 따르면 대표님은 사업가의 기질과 예술가의 기질을 정확히 절반씩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 하셨는데
은행원 출신이라 숫자에도 밝으실뿐더러
아버지가 항만설계를 하시던 분이셨는데, 그 아버지와 피를 물려받아 예술적 감각도 갖고 계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늘 대표님의 가방안에는 삼각자와 연필 그리고 드로잉북이 들어있다고 하시는데
냉철한 사업가의 면모뒤에 이런 예술적인 감성이 늘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참 놀랍기만 하다. 더군다나 테라로사의 모든 매장의 설계와 인테리어는 대표님이 일일이 다 직접 하신거라하니…
참 특별한 재능을 가지신 분이구나 싶다.

테라로사의 매장들은 크기도 획일화되어있지 않아서 작은 소규모 매장부터 구정에 있는 커피공장처럼 메가사이즈의 매장도 있는데…어느 곳이나
다 대표님의 머리와 설계되고 직접 발품팔아 구매한 소품들로 채워졌다.
그래서인지 어느 공간에 가든 획일화되진 않았으나 동일한 테라로사만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진다.

테라로사는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고
직원들의 일에 대한 만족감도 꽤 높은 편이라고 한다.
직원 교육이나 대우면에서도 고객들을 대하는 그 마인드만큼이나
테라로사스타일로 대하는 법이 있는 듯해 보였다.

직원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지점은 제주지점이라고 하는데
감귤농장안에 위치하고 있다는 제주지점…
상상만으로도 그림처럼 느껴지고 힐링이 되는 듯한 그 곳…
테라로사 제주지점때문에라도 제주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들 정도인데,
제주라는 관광지 그 자체가 주는 아우라를 뛰어넘는 듯한
테라로사만의 이 특별한 아우라.
공간 그 자체가 주는 매력이 어디까지일지…
그 최고치를 경험할수 있는 곳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처음 테라로사를 시작할 때에 꿈꿔왔던 일들을
대부분 이루신 것 같은데…
아직도 대표님께 하고 싶은 일들이 남아있느냐고 조심스레 여쭤봤더니
프랑스에 지점을 내보는 것이 꿈이라고 하신다.
프랑스라니!
테라로사의 아이덴티티와 느낌만으로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프랑스에
테라로사가 생긴다면…
상상만해도 넘 멋지고 근사한 일이 될 듯하다.
꿈꾸고 계획한대로 지금까지 차곡차곳 이루어가고 계신 모습을 보니
프랑스에서 테라로사를 만날날도 그리 요원한 일만은 아닐 듯하다.

그곳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테라로사만의 아우라로
많은 이들을 매료시킬 날이 고대한다.
낙엽지는 어느 가을날 샹송과 함께
테라로사 파리지점에서의 커피 한 잔…
아마도 버킷리스트가 될 듯 하다.
나뿐만 아니라 테라로사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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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커피,음악,꽃,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림그리는 걸 많이 좋아합니다. illustrator/carto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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