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5) – Strange Fr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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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nge Fruit

Southern trees bear strange fruit,

Blood on the leaves and blood at the root,

Black bodies swinging in the southern breeze,

Strange fruit hanging from the poplar trees.

Pastoral scene of the gallant south,

The bulging eyes and the twisted mouth,

Scent of magnolias, sweet and fresh,

Then the sudden smell of burning flesh.

Here is fruit for the crows to pluck,

For the rain to gather, for the wind to suck,

For the sun to rot, for the trees to drop,

Here is a strange and bitter crop.

이상한 과일

남쪽 지방 나무에는 이상한 과일이 열렸네

잎새에 물든 피와 뿌리에 젖은 피

검은 몸뚱아리가 남풍을 받아 건들거리네

이상한 열매가 포플러 나무에 걸렸네

남쪽 지방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

불거진 두 눈과 일그러진 입

상큼한 목련꽃 내음

훅 끼치는 살 타는 냄새

까마귀들이 뜯어먹을 과일이라네

비 맞아 떨어지고 바람이 핥고

햇살에 썩고 나무가 떨굴 과일

이상하고 끔찍한 과일이라네

 

1930년대 말 미국 인디애나 주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두 명의 흑인 청년들이 다수의 백인들에 의해 집단 린치를 당한 후 나무에 목이 매달려 살해당한 사건이다. 백인 남자를 죽이고 그의 애인을 강간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이들은 감옥으로 난입한 군중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끔찍한 사건의 현장은 한 장의 사진에 담기게 되었고 이 사진을 보게 된 루이스 알렌(Lewis Allen)은 노래 하나를 만들게 된다. 그 곡이 바로 소개할 ‘Strange Fruit’이다. 나무에 매달린 참혹한 주검의 모습을 ‘이상한 과일’이라고 표현하여 시를 짓고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가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마치 사건의 현장을 마주한 듯 끔찍한 광경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흑인 청년들의 모습을 애써 과일로 비유한 듯 했지만 실은 비유를 넘어 너무나도 선명하게 묘사해 놓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뉴욕을 중심으로 한 인근에서 흑인들의 저항가요로 불리었다가 당시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재즈 싱어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에게 소개되어 널리 알려졌다. 빌리 홀리데이는 이 곡을 아낀 나머지 공연의 마지막 레퍼토리로 자주 불렀다. 일설에 의하면 빌리 홀리데이가 이 곡을 부를 때는 클럽에서 일하던 웨이터들도 잠시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한다. 그만큼 인기가 있던 곡이었다는 말이다. 한편 빌리 홀리데이는 Strange Fruit를 소속사인 컬럼비아(Columbia)에서 녹음하고자 했으나 사건 자체가 파장이 컸던 만큼 사회적 논란으로 번질 것이 염려되어 거절당했고 대신 라이벌 음반사였던 코모도어(Commodore)에서 녹음되어 발매되었다.

가난과 인종차별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살았던 비운의 재즈 싱어 빌리 홀리데이는 열 살 때 백인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으나 오히려 남성을 유혹했다는 죄목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이후 매춘부 생활과 마약, 알코올 중독으로 인생을 질곡으로 보낸 비극의 주인공이다. 우연한 기회에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자 재즈 싱어가 되었다. 그런 그녀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노래가 바로 Strange Fruit이다.

민감한 가사이기에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반응을 두려워 한 대부분의 재즈 싱어들에게 외면되어 결국 빌리 홀리데이가 부르게 되었다. 빌리 홀리데이의 불행했던 삶을 조망해 볼 때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Strange Fruit는 이후에 50~60년대 미국의 인권 운동과 함께 크게 부각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권 문제와 차별과 불의에 항거하는 저항의 노래로 깊게 각인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재즈야말로 사회성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태생적인 유전자가 내재되어 있지 않은가. Strange Fruit가 저항 가요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재즈의 탄생이야말로 질곡과 고난으로 점철된 흑인 노예들의 몸부림으로부터 시작된 음악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목소리와 몸부림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Strange Fruit라는 노래가 주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번 기회에 한 번쯤 들어봐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코모도어(Commodore)에서 처음으로 발매된 음반을 구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국내 레이블인 굿(Good)에서 발매된 ‘Billie Holiday – Strange Fruit (GI-3015)‘를 권한다. 빌리 홀리데이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35년부터 1944년까지의 음원들이 담겨 있어 일종의 베스트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성현 경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5) – Strange Fru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