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을 사랑한 양귀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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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원미동과 현실의 원미동은 각각 다른 지역인가 하는 의문이 나온다.

혹은 작가인 내가 현실의 동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보다 궁핍한 허구 속의 동네를 형상화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두가지 모두 분명 아니다. 내가 열한편의 연작으로 묘사해낸 원미동은 지금 내가 엎드려 있는 이 동네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더 나아가서,원미동보다야 잘 사는 동네라고 자부하는 당신들의 동네, 그 이웃 어디와도 다르지 않다. 60년 대와 70년대에 걸쳐서 특별시 변두리에 형성된 동네가 달동네의 피폐한 삶이었다면,80년대에 들어와선 달동네의 삶의 보편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여 특별시 변두리의 이곳 저곳에 원미동들을 양산했다.

이 시대의 평균치 삶이,만연되어 있는 정신의 오염이,경제의 불균형으로 빚어진 인생의 기복이 골고루 배어있는 평균의 동네이다.
….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윈미동의 그 겉과 속이 다른 데서 오는 이질감은 이사회의 겉모습과 안을 들여다볼 때와 아주 흡사하다.
일제의 침탈을 거쳐 강대국 주도의 경제정책에 순응하여 재벌만 키우는 이 시대의 몇 십년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다.

경제 정책으로 겉모습은 번드르르해졌는지 모르지만 그 내용물은 여전히 황량하기만한 현실의 모습이 원미동에 있다.
이 사회의 발전과정과 원미동은 언제나 같은 궤에 있다.
그래서 원미동은 단순한 고유명사를 뛰어넘어 사회의 보통명사로 남겨지는 것이다.

-양귀자, 1989년 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 에피소드 “작별의 시간”에서 발췌

Thanks to 글낭송:이현정 카툰:조관제 화백

coreacartoonist

이코노텍스트에 무지 관심이 많습니다.

이 원영원미동을 사랑한 양귀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