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강릉#15 개성있는 사람이 만든 개성있는 카페, ‘구공커피’

No comments

구공커피.
카페이름에서 어딘가모를 고집스러움이 느껴졌었다.
커피가 가장 맛있게 내려진다는
물의 온도 90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비교적 커피 입문 초창기에 접하게되는 기본정보이긴 한데,
그 기본과 상식을 전면에 내세운 카페 이름에서
기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사장님의 커피철학을..
카페에 가보기 전부터
막연하게나마 짐작하고 있었다.

고집스런 철학이 내비쳐지는 카페 이름때문에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 운영하는 카페가 아닐까 싶은 편견과 함께
여름 기운이 느껴지는 늦은 봄날
첫 방문을 했었다.

내 짐작과 달리
사장님은 젊은 분이셨다.
실제나이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외모를 최대한 감추려고 노력한 흔적인가 싶은
커피장인의 면모를 보여주는듯한 멋지게 기른 콧수염과
어린아이같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언발란스함이
참 인상적이었던 사장님.

덥게 느껴지던 봄날씨여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었는데,
시각적으로 시원해보이기 짝이 없는,
컵표면에 이슬이 잔뜩 맺힌채 스테인레스잔에 담겨나오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보면서
커피맛이라는 ‘본질’만큼이나 중요한듯 느껴지는
플레이팅이라는 ‘형식’의 가치를 새삼 깨달으며..
마셔보기도 전에 이 집 커피가 꽤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잔 때문에 한층 기대치가 높아진 상태에서 한모금 마셔보니..
역시나…
맛있다는 감탄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혼자서 간 까닭에
이 맛있는 맛을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어 아쉽구나 싶을만큼
참 진하고 신선한 커피였다.

게다가 함께 서비스로 곁들여 나오는 미니머핀마저도
따로 주문해서 더먹을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꽤 괜찮은 맛이어서
21세기 우리말 중 가장 슬픈 단어라고 누군가가 정의한 ‘가성비’.
로 따지자면 그야말로 최고인듯 싶었다.

가성비 대박인 이 카페를 놓칠 순 없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재방문한 것 같다.

너무 괜찮았던 첫 방문의 아이스아메리카노의 기억 때문에
그날도 같은 걸로 주문을 하고는,
그림을 그리다보니 너무 일찍 다 마셔버려서
혹시나 싶어 리필이 되냐고 여쭤봤다.
뜬금없는 요청에 사장님의 얼굴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치는가 싶더니,
무리한 요청을 한 손님의 민망함을 배려하신듯
이내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마치 원래 리필이 되는것처럼 리필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요즘 리필해주는 카페가 어디있다고
어디서도 꺼내보지 않았던 그런 요구를 했는지 나자신도 모를 일이다.
금새 상황파악하고 다소 민망해진 나는
새로 주문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도
극구 괜찮다고하시며 한잔 가득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특별히 리필해주셨다.

안그래도 커피값도 다른데보다 싼데
이런 서비스를 받고보니 죄송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사장님의 그 서비스마인드와 배려심에
적잖히 감동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사장님은 이 집 커피를 너무 맛있어하시는 손님들을 만나면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손님에게도
핸드드립 커피로 서비스를 더 내주실만큼
자신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과 그것을 알아주는 손님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이셨다.

어쨌든 그날의 기억은 꽤나 강렬하게 내 마음속에 남아있어서
늘 이 카페에 올때마다 뭔가 빚진 마음이 들곤 했었는데…
이렇게 그림 한 장 공들여 그리고 나니
그날 진 마음의 빚을 갚은 듯해서 이제야 좀 홀가분해진 기분이다.

방문할때마다 오는 손님들 한분 한분을 대하는 친절한 응대가 참 인상적이었던 사장님.
포남동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인데도 계속 드나드는 손님들이 많아서
통 이야기나눌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몇마디 간신히 나눌 기회를 얻었다.

일부러 나이 들어보이게 하려고 수염을 기르시는건가 했더니
그저 개성의 표현이라고 하신다.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는 개성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평소 지론도 덧붙여주시면서.

지금이야…구공커피가 다른 곳에 위치에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지만
처음보면 누가봐도 카페가 있을 자리는 아닌듯해 보이는
포남동 주택가에 카페를 차린 이유가 정말 궁금했다.
의외로 이유는 간단했는데,
그곳이 집이어서 2층은 주거용으로 사용중이고, 1층은 카페로 개조한거라 하신다.
엄밀히 말해 개조라기 보다는 설계와 건축,인테리어,익스테리어 모두다 사장님 손으로 손수 하신거라고 하셨는데
반드시 건축장비가 있어야만 하는 몇몇 과정을 제외하고는
모든 걸 일일이 직접 사장님 손으로 만든 카페라고 하셨다.
심지어 카페 내부의 소품 하나하나까지도 일일이 제작하셨다고.
카페 어느 곳 하나 사장님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나하나 본인의 아이디어와 의도를 담아 만들었기에
소품 하나하나에도 다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었다.

덕분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독특한 카페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굳이 뭐하러 그렇게까지 힘들게 오랜 시간 공들여 카페를 만드셨나 싶었는데
본인이 직접 만든 카페를 차리는게 로망이셨다고.

알고보니 동안외모와는 달리
꽤 오랜 시간 서울에서 규모있는 커피업체에 몸담아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 바리스타이고, 컨설턴트셨다.
또한 각종 대회 수상경력에 꽤 잘나가는 바리스타로 지내시다가
본능적인 고향으로의 회귀본능에 의해 강릉으로 컴백한지 삼년째.
알고보니 루프탑으로 유명한 안목카페거리의 ‘ㅂ’ 카페를 오픈시킨 장본인이셨다.
‘ㅂ’ 카페 외에도 강릉에 있는 여러 카페들의
메뉴컨설팅부터 직원 교육까지 늘 다른 카페를 잘 오픈시키는 일들을 해오다
남의 카페를 차려주는 일만 하지말고
나만의 카페를 해보고 싶은 오랜 꿈을 실현시켜보고 싶어 만들게된 카페, 구공커피.

돈을 벌 목적이었으면 애초에 그 위치에 차리진 않았을거라 했다.
자신만의 공간, 자신만의 그라운드에서
사람들이 오가고 커피를 즐기고
또 그 커피 덕분에 사람들을 만나고, 그 만남들 중에서 또 특별한 관계들을 만들어가는
그 모든 과정들에 더 큰 의미를 두고 계신 듯 했다.
모든 메뉴의 단가들이 다른 카페들의 비해 저렴한 이유도
사장님이 취할 수 있는 수익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오시는 손님들과 그 유익을 함께 나누고 싶은 의도에서라고.
자신의 이윤을 조금 줄이는 대신
사람을 좀 더 얻고 싶다고 하신다.
손해보면서 장사할 수는 없는 거겠지만,
이윤은 최소한으로 하면서 자신만의 이 공간,
사장님의 표현에 의하면
자신의 ‘놀이터’에 놀러오는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즐기고 싶어하는 그 마음.
젊은 사장님이 어디서 그런 여유로운 꿈을 꾸게 된건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막연한 꿈이 아니라, 본인이 바라던 바를 이미 지금 현실에서 실현하고 있으니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쉬는 날도 없이 카페에만 매달려 지내오다
최근에 드디어 휴무일을 정하게 되셨다는 사장님.
그 쉬는 날 마저도 강릉에 있는 카페들 투어다니시느라 바쁜 사장님.
sns에 업로드되는 카페 사진들을 보며
강릉의 핫한 카페들의 정보들을 얻는 재미가 쏠쏠하기까지 하다.

쉬는 날마저도 커피 생각으로 가득한 사장님께
앞으로 어떤 카페로 만들어가고 싶냐고 여쭤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그저 지금처럼…
사장님만의 공간이자 놀이터인 이 카페에서
커피를 매개체로 사람들을 얻는 지금의 이 모습 그대로
계속 살고 싶다 하신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고 싶다는 이야기.

현재의 삶에 최선으로 살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그 고백.
그 고백만으로도
구공커피 사장님의 카페에 대한 진정성을 짐작해본다.

카페가 넘쳐나는 강릉이지만,
이런 남다른 마인드를 가지고 운영하는 카페에 오게 되면
홍수속에서 마실물을 찾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꽤 신선한 물을 찾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사업하시는 분인데
이렇게 순수해도 될까 싶을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인드로 카페를 운영하고 계신
구공커피 사장님.
주택가에 뜬근없이 등장한 카페이지만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을 보니
나만 사장님의 그런 마음을 눈치챈건 아닌듯 싶다.
다행이다.
아직 진심은 통하는 세상이어서.

이곳의 꽤 괜찮은 커피맛 그리고
그보다 더 괜찮은 사장님의 마인드.
이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나누고 베풀 줄 아는 시원시원한 구공커피 사장님의
카페 철학을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reillust

바다,커피,음악,꽃,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림그리는 걸 많이 좋아합니다. illustrator/cartoonist

이 현정카페인강릉#15 개성있는 사람이 만든 개성있는 카페, ‘구공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