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강릉 #14 티타임의 격이 달라지는 카페, ‘리얼 되고픈 공갈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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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일시정지되는듯했다.
카페 외부 출입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눈앞에 나타난 내부 출입문의
멋진 색깔에
나도 모르게
잠시 멈춰섰다.

버건디 색이라니…!
출입문이
내가 좋아하는 버건디로,
게다가 살짝 차가운 빛이 감도는 도도한 색의 버건디로 칠해져있었다.

그 문을 보는 순간,
커피를 마셔보기도 전이었지만
이미 마음은 정했졌었다.
이 카페는 그려야겠다고.

이 문을 이 멋진 색감으로 칠할 정도의 감각있는 사장님이라면
커피맛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다소 개연성없는 논리의,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카페로 들어섰다.

카페 안은 출입문에서 안겨주었던 기대감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기대이상으로 멋졌다.
내부는 버건디만큼이나 내가 좋아하는 톤다운된 블루로 포인트 벽면에 칠해져있었고,
사장님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꽤 오래 시간 컬렉팅했으리라 단박에 짐작되는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그릇과 소품들로 카페 곳곳이 장식되어 있었다.

그릇장도 하나하나가 다 고풍스러운 빈티지로 되어있는데다
무엇보다 곳곳에 자리잡은 스테인드글라스 전등갓의 빈티지한 느낌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더 마음에 드는 건,
카페의 한쪽뷰는 보통의 도로변 풍경이긴 한데
반대편 뷰로
동네에 위치한 카페에서 보리라고 예상 못한
나지막한 뒷동산 언저리가 보인다.
햇살이 눈부신 날에 갔더니
쨍한 햇살이 만들어낸 나무 그림자의 음영이
지면에 멋진 그림들을 그려내고 있었고,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뭇잎들과
그 나뭇잎들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의 움직임을 바라보노라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자연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평온함인 듯하다.

한참을 이곳의 아름다운 그릇과 소품들을 구경하다보니
주문한 브런치가 나왔다.
소문대로 맛은 훌륭했고
무엇보다 비주얼은 최상이었다.
멋진 그릇에 플레이팅되어 나오는 고급스러운 브런치.
무엇보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커피였는데
두 사람이 커피를 주문하니
고급스러운 도자기로 된 포트에 담아
식지 않게 초로 데워지도록 세팅해주셨는데
세팅이 어떻게 되어지느냐에 따라
티타임이 이렇게 격이 달라질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핸드드립 커피들도 있었지만,
로스터리 카페의 하우스블랜딩 커피맛을 보고 싶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봤는데,
초콜릿맛이 감도는 듯한 진한 커피맛이 꽤 근사했다.
양도 많아서 둘이서 찻잔에 두 번정도는 따라서 마실만큼은 되었는데,
식어도 맛있을 것 같은 커피였지만,
끝까지 따뜻하게 티타임을 즐길 수 있게 배려한
이 카페의 컨셉이 너무 맘에 들었다.
이런 근사한 세팅에 아무 특징없는 밍밍한 커피가 나왔더라면
정말이지 얼마나 실망이 컸을까 싶다.

사장님은 꽤 오랫동안 이 카페를 준비해오셨다 했다.
카페를 가득 채우고 있는
오랜 시간 애정을 담아 컬렉팅한 각종 그릇들과 손수 제작한 소품들…
워낙 손재주가 좋으셔서 자수나 인형제작 포크아트 톨페인팅 등 수작업으로 하는
거의 모든 작업들은 다 하시는 것 같았다.
직접 손으로 만들고 꾸미고 가꾸는…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이 카페를 시작하셨다고 하는데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으셨다고.
정말 내 집에 손님이 오신 것처럼 최선으로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최상의 그릇에다 초창기엔 심지어 은수저까지도 쓰셨다고 하는데,
손님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사장님의 진심어린 마음과 다르게
손님들께 내간 작은 그릇이나 소품들이 하나둘씩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의 생채기가 많이 나신 듯했다.
다 내 마음같지 않다는 씁쓸한 진리를 몸소 경험하고
이래저래 상황도 여의치 않아지면서
문닫는 날이 더 많은 잠깐의 침체기를 겪다
본격적으로 재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신다.

강릉 입암동 한켠.
멀리서 봐도 카페다 싶은 예쁜 단독 건물에 엄청난 사이즈의 간판이 제작되어
건물 한쪽 외벽을 장식하고 있어서
어찌보면 눈에 잘 띄기도 하지만
이런 곳에도 카페가 있다니…하는 생각이 드는 장소에 위치해있다보니
애초에 목적지로 정하고 가는 게 아니면
지나가다 들르기는 좀 힘든 곳이라는 게 안타깝긴 하다.

알음알음 차츰 입소문이 나는 것 같긴 했지만,
이 카페가 담고 있는 내공과 퀄리티에 비해
아직은 손님들이 많지는 않은 편이어서
생각보다는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으로
이 카페를 즐길 수 있다.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고스란히 카페 이름에 담은 ‘리얼되고픈 공갈타샤’.
이 카페 이름의 뜻이 제대로 이해되려면
타샤라는 인물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는 불가능하기에
관심사가 같지 않은 이들에겐 한번에 이해되기 어려운 카페이름이긴 하나,
일반적이지 않은 카페 이름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라도
저건 뭐지? 하면서라도
오시는 분들이 좀 더 많아졌음 좋겠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동화작가이자 자연주의 라이프 스타일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고 있는 ‘타샤튜더’처럼
이 곳 강릉에서 그런 자연주의 라이프를 구현하여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픈
꿈을 꾸고 계신 사장님.
아직은 타샤 정도는 아니라는 겸손함의 표현으로 카페이름에 붙여놓은 공갈이라는 말 때문에
가끔씩 손님들로부터 먼지보다 가벼운… 달갑지 않은 농담들도 듣게되다보니
카페이름을 바꿀까도 고민중이라고 하시지만,
이름에 굳이 타샤가 들어가지 않는다 해도
누가봐도 타샤의 라이프 스타일이 녹아있는듯한 이 카페의 아이덴티티는
금새 알아차릴수 있을 듯 하다.

내 가족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진정성있게 소품 하나에도, 그릇 하나에도…
최고의 것으로 정성을 담아내는 이 곳에서
잠시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면
북적대는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브랜드로고가 찍힌 다 똑같은 머그잔에 커피를 마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과 기쁨이 있다.

함께 방문한 지인이 사장님께 캘리그라피를 써드렸는데
그에 대한 보답으로 대접해주신
홍차와 디저트.
아무래도 커피보다는 홍차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 곳이어서 그런지…
홍차의 문외한이 내가 마셔봐도
이곳의 홍차는 참 특별했다.
다음에 가면 홍차를 먼저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기억에 남는 맛.
홍차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추천하고 싶은 카페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이렇게나 가성비 높은 여유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싶다.
강릉에 카페는 정말 많지만…
정말 대접받는다는 느낌으로 커피를 즐길수 있는
몇 안되는 카페라는 생각이 드는 이곳.

조금 여유롭게
조금 더 고급스럽게
조금 더 우아하게
티타임을 갖고 싶은 분들에게
이 카페를 권한다.

reillust

바다,커피,음악,꽃,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림그리는 걸 많이 좋아합니다. illustrator/cartoonist

이 현정카페인 강릉 #14 티타임의 격이 달라지는 카페, ‘리얼 되고픈 공갈타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