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1) – Kind Of Blue (Miles Davis, Columbia,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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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단 한 개의 재즈 앨범을 고른다면? 진부하나 종종 받는 질문이다. 곤혹스러울 것 같지만 나는 언제나 주저 없이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의 Kind Of Blue라고 대답한다. 아니 어쩌면 Kind Of Blue는 나뿐만 아니라 재즈를 즐기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선택하는 앨범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위대한 앨범이다.

마일즈 데이비스가 추앙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늘 시대를 앞서는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가령 모던 재즈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쿨 재즈(Cool Jazz)를 거론할 때 반드시 Birth Of The Cool이 언급되어야 하고 재즈 락(Jazz Rock)을 얘기할 땐 Bitches Brew를 말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Kind Of Blue는 이들 앨범보다도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재즈 미학적인 면에서 볼 때도 단연 돋보인다.

Kind Of Blue가 발표되던 당시의 재즈 스타일이었던 비밥, 하드밥은 복잡한 코드의 빈번한 변환으로 감상자들을 지치게 할 뿐만 아니라 연주자 자신들조차 기피하게 만들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단순한 코드에 의한 즉흥성이 확장되어 진행되는 이른바 모드(Mode) 또는 모달(Modal) 재즈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을 불러오게 되는데 앨범 Kind Of Blue는 그 중심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뛰어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실험은 1957년에 이미 프랑스 누벨바그 거장 루이 말(Louis Malle) 감독의 요청으로 영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Ascenseur Pour L’echafaud)의 음악을 맡으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루이 말은 영화의 스토리를 알려주지 않은 채 영화의 분위기에 맞는 연주를 해 달라고 주문했고 이를 완벽히 이해한 마일즈 데이비스는 즉흥적으로 구상한 몇 개의 코드만을 가지고 이틀 동안 단 몇 시간 만에 녹음을 끝냈다고 한다.

Kind Of Blue 역시 마지막 트랙 Flamenco Sketches를 제외한 모든 곡을 단 한 번의 녹음, 즉 원 테이크로 완성되었다. 즉 아홉 시간에 걸친 두 번의 세션으로 다섯 곡의 연주를 끝내버린 것이다. 게다가 멤버들은 녹음 시작 후에야 비로소 처음 곡들을 접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이에 관련하여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마일즈 데이비스는 녹음을 위해 모인 멤버들에게 코드 진행 방식이 그려진 악보 대신 단순한 음표 몇 개만 내 보였는데 모두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자 “그래서 뭐?”(So What?)라고 쿨 하게 대꾸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트랙 So What의 곡명이 정해지는 순간이다.

연주에 참여한 사이드 맨의 면면만 보더라도 역사상 이렇게 완벽한 섹스텟은 드물다. 테너와 알토 색소폰은 각각 존 콜트레인과 케논볼 애덜리가 맡았고 베이스는 폴 챔버스, 드럼에 지미 콥, 피아노는 빌 에반스와 윈턴 켈리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트럼펫이야 당연히 말 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좋다. Kind Of Blue가 위대한 앨범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출중한 멤버들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앨범 Kind Of Blue를 단순히 말과 글로 설명한다는 건 내 보잘 것 없는 능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저 들어보라고 권유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나는 지금도 이 앨범을 처음 만났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그해 여름 이맘때의 어떤 날을 잊지 못한다. 그날 우연히 종로 뒷골목의 어느 음반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첫 번째 트랙 So What을 듣고는 그 자리에 꼼짝없이 서서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홀린 듯이 가게에 들어가 음반을 샀고 그 후로 미친 듯이 마일즈 데이비스와 재즈에 탐닉하기 시작했으니 지금의 내 음악적 취향은 이때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Kind Of Blue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음반이자 재즈의 시작이고 끝이다.

 

 

성현 경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1) – Kind Of Blue (Miles Davis, Columbia,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