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강릉#13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핸드드립하다.’명주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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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이 참 예뻤다.

폰트 자체만으로도 어딘가 모르게 진중함이 느껴지게 만드는 명조체로
심플하게 만들어진 명주다락이란 하얀색 글씨가
어둑해져가는 늦은 오후에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게 너무 예뻐보였다.

평소에도 지나다니며 눈에 띄었던 곳이긴 했지만
늘 지나치기만 하다가

카페 입구에
핸드드립이라 커피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양해를 구하는 문구에 그만
커피맛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도가 급상승하면서
망설임없이 불쑥 들어갔다.

매장은 아담하고 아늑했다.
다락이 있어서 명주다락이라 이름지 었다는 이곳은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예쁜 소품들이 진열되어있었는데
강한 인상의 사장님과는 다소 언발란스하게도 느껴지긴 했으나
카페 분위기는 소품들과 조명덕분에 참 따스하고 좋았다.

보통의 카페는 본인취향의 싱글 원두의 메뉴를 골라 핸드드립을 주문하는 식인데
이곳은 핸드드립을 주문하면 선택의 여지없이 사장님이 좋아하는 맛으로 블랜딩된
원두로 커피가 나온다.
본인이 좋아하면 손님도 좋아할 것이라는 그 자신감.
그만큼 프라이드를 갖고 카페를 운영하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셔보니 진하고 강한 맛의 커피였는데
괜한 자신감은 아니시구나 싶을만큼 훌륭했다.
내 입맛엔 맞았지만 이곳의 대표 하우스블랜딩은
호불호가 강한 맛이라 손님들 반응은 극과극이라고 했다.

이런 저런 대화들을 나누며 다 마시고 나니
한 잔 더 드릴까요? 하며
산미나는 블렌딩의 커피를 한잔 더 핸드드립해주셨다.
요즘 산미나는 커피맛으로 취향이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어서 그런지
처음 커피보다 더 맛있게 마시긴 했는데
핸드드립이 리필이 된다니 사실 자체가 내겐 더 놀랍긴 했다.
이래서 남는 게 있으시냐고 했더니
아무리 리필해 드려도 세잔이상 마시는 분은 못봤다며…웃으시며 말씀하시는 사장님.

젊은 사장님의 그런 여유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커피가 좋아서
카페를 꾸려가는 그 자체가 좋아서
본인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그만큼 커서가 아닐까 싶었다.

이런 곳을 이제서야 알았다는 게 좀 억울하게 느껴질 만큼
너무나 매력적인 카페, 명주다락.
욕심없이 소박한 마음으로…
커피 한 잔에 자부심과 진정성을 가득가득 넘치도록 담아서
손님들에게 내놓은 이 곳.
그 진정성을 알아주는 이들이
또 다시 찾게 되는 곳이라 그런지
모르는 손님들끼리도 커피를 마시다보면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친해지기도 한다는… 따뜻함이 있는 이 곳.

리필되요? 라는 질문 자체가 이젠 어색할 만큼
대부분의 카페에서 리필이 잘 안되는 요즘…
말도 안되게 핸드드립 커피를
손님이 말도 꺼내기 전에
사장님이 먼저 더 내려드릴까요? 권하는 이곳.

이런 카페가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참… 마음이 따뜻해진다.
단지 커피 맛이 좋아서라기보단,
그저 한 잔 커피값으로 커피 몇잔을 더 마실 수 있어서라기보단…

장삿속이 아닌,장인정신이 느껴지는
그렇다고 너무 프라이드가 강해 외골수느낌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배려와 인간미가 느껴지는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이어서…그런듯 싶다.

카페의 첫 인상이 너무나 깊게 남아있어서 그런지
늦은 오후에 커피가 생각날때면
여지없이 이 카페가 떠오른다.
생각날때마다 못가서 아쉽긴 하지만
한참만에 봐도 늘 만나며 지냈던 것 같은 오래된 친구처럼
반가운 재회가 기대되는 이곳.
다음에 가면 꼭 세잔 이상 마셔봐야겠다.

reillust

바다,커피,음악,꽃,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림그리는 걸 많이 좋아합니다. illustrator/carto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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