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강릉 #11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곳, 카페 ‘플로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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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 꽃향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카페 ‘플로리안’.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를 그대로 따라서 이름지었다.
어찌보면 참 무심하게 네이밍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자식 이름을 생각없이 짓는 부모는 드문 것처럼
퇴직 후, 제2의 삶을 시작하는 터전이 되는 이 곳을
가볍게 지었을 리는 없을터였다.
카페 이름엔 창업자의 마인드가 다분히 담겨있기 마련인데
1720년대부터 지금까지 오래도록 같은 자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그 카페의 이름을
그대로 따라 지은 것은
이 카페가 유행따라서 창업해본 잠깐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곳에서 사랑받으며 운영되길 원하는
소박하면서도
한편으론 원대할 수도 있는 사장님의 바람이
슬며시 담겨있는 것도 같다.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인근이다 보니 도로가 새로 나면서
예전보다 접근성도 훨씬 좋아진 까닭에
사장님 그 원대한 바람에도 어쩌면 순풍이 불 듯하다.

일부러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어서
나도 다른 이의 소개로 갔었다.
펜션인가 싶을 정도로 예쁘게 지어진 건물.
외관을 봤을 때는 그저 예쁘다 싶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카페 내부에 가득찬 엔틱그릇들과 가구들, 손뜨개, 그리고 아기자기한 예쁜 소품들을 보며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릇장마다 가득한 그릇들 소품들…
어디서부터 봐야해야할지 모를만큼 너무나 많은 그릇들로 장식이 되어있어서…
한참이나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구경만 했다.
정말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이 곳.
이런 곳을 왜 진작 몰랐을까 아쉬울 정도로 정말 예쁜 아이템들이 많았는데,
사장님이 직장생활 할 때 해외출장다니며 벼룩시장에서 사오시거나
한국에 있을때에도 해외사이트 등을 뒤져서 일일이 구매한…
하나하나마다 애정이 담뿍 담긴… 꽤 오랜 시간 모아온 것들이라 했다.
귀한 그릇들도 너무나 많고 내가 탐내오던 그릇들도 꽤 있어서
정말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었는데.
무엇보다 커피맛도 그곳의 진열된 그릇들 만큼이나 꽤나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예술가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은발의 꽁지머리를 한
이 곳 사장님은
손님이 오면 카페 입구까지 나와서
강릉에서 정말 만나기 쉽지 않은 세련된 매너로 손님을 맞이해주신다.
바리스타로 일하고 계신 분은 사장님의 따님인데,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는 모습이 서로 참 닮은 부녀지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님이 커피로스팅도 하고 커피도 내리고
이곳에서 판매하는 쿠키나 빵도 모두 직접 구워낸다.

추천해주시고 싶은 원두가 있냐고 여쭤봤더니,
로스팅한지 얼마 되지 않아 딱 좋을 거라며 권해주신 걸로 마셨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원두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괜찮았었던 맛으로 기억될 만큼
상당히 고급스럽고 산미나는 다채로운 맛이 인상적이었던 커피였다.

그 날은 커피를 아이스로 주문하는 바람에 글라스에 마셨지만,
조만간 다시 찾아가 내가 갖고 싶었던 고급스러운 엔틱 커피잔에다 진한 커피향을 느끼며
따뜻하게 마셔봐야겠다.

몇천원의 비용으로 그만한 힐링시간을 누릴 곳이 있다는 것이
그저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플로리안.
이 아름다운 카페에는
누군가의 오랜 취미 생활 덕분에…
그것을 자신만의 만족으로 제한하지 않고,
애장품들을 함께 공유하는 그 배려 덕분에..
함께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한번 오면 발길을 쉽게 끊지는 못할 듯 하다.
이곳에 오면
평소에 누리지 못했던
아름다운 엔틱가구에 둘러싸여…
엔틱 커피잔에 커피를 마시며..
작은 사치를 누려볼 수 있으니 말이다.

reillust

바다,커피,음악,꽃,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림그리는 걸 많이 좋아합니다. illustrator/carto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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