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강릉 #10 커피향만큼 진한 정이 머무는 곳, ‘커피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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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색 지붕위로 내리쬐는 햇살이 눈부시다.
보는 순간, ‘와! 예쁘다!’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싱그러운 라임색의 기와로 된 이 카페는
조금만 더 가면 내로라하는 카페들로 즐비한 안목항을 코앞에 둔
바로 그 길목에 위치해있다.
나지막한 기와집을 리모델링한 카페다 보니 라임색지붕이 아니었으면 눈에도 잘 띄기 힘들었을 것같은데, 라임색 지붕은 정말이지 감각있는 사장님의 탁월한 선택인 듯하다.

이곳에 처음 오게 된 건,
카페인데 특이하게 런치에만 운영되는 가정식 세미 뷔페가 넘 괜찮다고 소문이 나서 식사를 목적으로 왔었다.
신선한 식재료들로 재료의 맛을 살려 양념을 과하게 하지 않고,
맛깔나게 요리한 이곳의 음식들.
다이어트에도 너무 좋은 식단이어서 사장님도 실제로 본인이 식사하시는 스타일대로
요리들을 내놓으시는데 이 식단으로 체중감량 효과를 꽤 보셨다고.
먹으러왔는데 다이어트까지 된다니 뭔가 아이러니하면서도 생각지도 못한 소득까지 있는,
이 특별한 카페.

그리고 그 프레시하고 건강한 식사 후 마시는 더 프레시한 핸드드립 커피.
이 모든 것의 가격이 만원도 되지않는 저렴한 가격이어서
거스름돈 받기가 미안할 정도다.
핸드드립 커피 한잔 가격만 해도 얼마인데
식사까지 해서 팔천원이라니.
입소문이 안날래야 안날수가 없어서
런치뷔페를 시작하시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점심시간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포남동에서 다양하고 퀄리티있는 원두로 이름을 날리던 커피밸트 창업자가 군산으로 터전을 옮기시고
지금의 사장님이 커피벨트를 인수받아
이곳으로 이전한 게 작년 1월이다.
처음 한 두달은 도닦는 심정으로 가게를 꾸려나갔었다고 말씀하시는데
맘고생이 심하셨던지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신다.
그러실만하다.
기라성같은 카페들이 바다를 끼고 근처에서 성업중인데
그 목전에서 이 작은 카페가 살아남기가 녹록할 리 없었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했던 발버둥 중의 하나가 런치뷔페였던 듯 하고
다행히 그 발버둥은 제대로 통한 것 같다.

사장님이 워낙 감각이 있으신 분이시라
이전에 하시던 가게들은 간판부터 시작해서 모든 비주얼적인 부분은
일관성과 통일감있게 하나하나 신경쓰셨다고 하는데
지금 이 카페는 아직 본인의 성에 찰만큼 꾸며놓칠 못해 아쉬움이 많다 하시지만,
내 눈엔 구석구석 참 예쁘고 감각이 돋보이는 인테리어들이 많이 있다.
기와집을 개조한 카페이다보니
기와집 자체가 주는 그 특별한 운치가 있고,
천장에 그대로 살려놓은 서까래들도 고풍스럽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지붕의 라임색과 그라데이션되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널찍한 앞마당의 초록초록한 잔디들.
시선을 저절로 머물게 만드는 담장 한 켠에 피어있는 한 아름의 세이지.
카페 뒤쪽으로 가는 길에 아른아른 유약한 가는 줄기에서 무슨 힘으로 서있는지
볼때마다 늘 대견한 소담한 얼굴의 마가렛.
뒤쪽 담벼락 한 켠에 내츄럴한 선반에 무심한듯, 그러나 꽤나 신경써서 올려놓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제라늄.
딱 있어야 할 곳에 걸린 손뜨개 소품들…
그리고, 예쁜 조명들….
참 예뻐서 사진찍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페의 본질인 커피.
커피가 맛있다.
신선하다.
후식으로 나오는 커피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퀄리티이다.
커피를 맛본 후에야
아…이곳이 식당이 아니라, 카페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식사뿐 아니라 커피맛만 가지고도 충분히 올만한 곳이구나 싶다.
매일매일 로스팅해서 커피맛이 깔끔하다.
그래서인지 이곳 커피 맛을 본 손님들 중엔 원두도 사가시는 분들이 많고,
일부러 원두만 따로 사러오시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나도 첫 방문때 마셨던 커피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원두만 사러 다시 갔었는데,
그 때의 짧은 방문이 내게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점심시간에 왔다고 밥먹고 가라고 몇 번이고 내게 권유하시던 사장님의 그 훈훈한 정이
내겐 너무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친절도에 예민한 편이라
아무리 맛집이라하더라도, 혹은 유명하다하더라도…
불친절하다 싶으면
다신 가지 않는 편인데,
친절함을 넘어선 ‘정’이 느껴지는 곳을 만나는 건 참 드문 일이었다.
이곳 사장님은 고작 두 번 본 내게도 그 정을 나눠주셨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사장님도 카페 운영상 어려움이 많은 시기였을텐데도
어디서 그런 여유가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디 갖고 있는 품성은 그렇게 오롯이 드러나 빛이 나는가보다.
그래서인지 업종변경을 여러번 하셨는데
이 분이 뭘 하시든 가시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단골손님들도 꽤 많으시다한다.
그럴만하다 싶다.

라임색 지붕아래 넓고 푸른 잔디밭에서
품격있는 가든파티를 열어주는 서비스도 하신다고 하는데,
이 역시도 기대가 된다.
이런 곳에서 작은 결혼식이나 특별한 모임을 갖는 다면 아마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하다.

안와본 사람은 많아도
한 번 오면 누구라도 금새 입소문 내는 팬이 되는 이 곳.
부디 잘 되시길 바란다.
너무너무 잘되서, 갔는데 앉을 자리 없어 되돌아오더라도
흐뭇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사장님이 내게 나눠준 정만큼이나
나도 이곳에 이젠 정이 들었다.
팬이 되었다.
친구가 되었다.

 

reillust

바다,커피,음악,꽃,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림그리는 걸 많이 좋아합니다. illustrator/carto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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