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강릉 #8. 싱그러운 초록빛의 풍경과 눈부신 채광이 아름다운 카페, ‘엉클밥Uncle B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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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시 망설인 것 같다.

Hello~라고 할것인가,안녕하세요~라고 인사 할 것인가를…
찰나같은 순간이었지만 치열한 갈등 끝에 용기내어 헬로우~ 라고 인사했더니
벽안의 사장님이 내게
네~안녕하세요~ 라고 화답해주신다.
그 억양이나 발음이 보통의 외국인들의 한국어와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져서
흠칫 놀랐다.

-한국말 잘하시네요~
-네 그럼요. 한국인이니까요~
-네? 귀화하신거예요?

하며…우린 대화의 물꼬를 텄었고…
밥 사장님의 유창한 한국어덕분에
<엉클 밥>을 처음 간 그 날…꽤 많은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백발에 참 사람좋아보이는 얼굴을 한, 미.드.나 헐리웃 영화 어디선가 본듯한 인상의 밥 삼촌.
미국인이었으나 8년전부터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
주중엔 대전에 있는 한 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치고, 주말엔 카페를 지키고 계신다.
평소엔 아내분이 카페에 계시는데 이분은 오리지널 한국인이다.
국제 결혼이 흔치않던 시절에 특별한 선택을 하신 두 분이
참 멋져보이기도 하고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엉클 밥>은…주말에 바다보러 가는 길에 지나가면서 늘 유심히 보곤 했던 카페다.
건물 자체도 워낙에 눈에 띄는 외관을 하고 있지만
주변에 카페 몇 채를 제외하곤 온통 논 뿐이라 더더욱 눈에 잘 들어왔다.
사방이 확트인 논 앞에 덩그러니, 예쁘게 지어진…
미국식 주택같기도 하고 산토리니 느낌도 물씬 나는 카페 엉클밥.
국경일에도 미처 게양하는 걸 잊기 십상인 태극기가
엉클밥이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영어이름을 지닌 카페 외부에
마치 건물의 일부인 것처럼 늘 걸려있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궁금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하러 어느 날 들어가봤더니…
그렇게 카페 간판에 그려진 캐리커쳐와 똑같이 생기신 서양인 노신사가 나를 맞이해주었었다.

일단 들어와보면
이곳은 밖에서 볼 때 느껴지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우선 천장이 꽤 높고 사방이 창으로 나있어서 채광이 때론 눈부시다 싶을만큼 너무나 좋다.
그리고 카페 한 쪽 창을 가득 채운 초록빛의 논을 보노라면,
눈이 시원해진다.
마음은 더 없이 편안해진다.
한번도 같은 색깔인 적 없던 바다도 내겐 매력적이지만,
초록색이 사람에게 주는 안정감과 싱그러운 이 느낌도 참 그에 못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창문으로 저마다의 예쁜 뷰가 보이기 때문에
어디 앉을지가 늘 고민되는 곳.

그래도 내 자리다 싶은 곳은 늘 있는 법인지,
혼자 갈 때면 늘 해가 가장 잘 들어오는 쪽 8인용 긴 원목테이블에 앉곤 한다.
바닷가나 관광지에 위치한 게 아니기에 동네 카페처럼 여유있는 분위기일 때가 많아서
그런 민폐스런 행동을 감행해도 크게 눈치보이진 않는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연한거? 진한거? 어떤거 좋아하냐고 꼭 물어봐주시는데
진한거 달라고 하면 투샷으로 주시는데 추가비용이 따로 없다.
심지어 요즘은 정말 어느 카페에서도 거의 해 주지 않는 무료리필까지도 가능하다.

카페 창문에 크게 사장님이 직접 적어놓은
It’s not the coffee,It’s the People!
이 문구가 바로 이 카페가 지향하는 바인데…
손님들을 대하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면,
커피로 돈을 벌겠다는 것 보다는
사람이 좋아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그 진심이
정말로 느껴진다.

사람.
카페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알아가는 것이라고.
누구나 편견없이 대하면서 그 사람만의 특별함을 알게되는 것이 참 즐겁다고 하신다.

카페 공간이 자기 집 거실같다는 밥 사장님.
커피마시러 오시는 분들을 자기 집에 온 손님처럼 생각한다고.
실제로 카페에서 쓰는 물건들도 본인 집에서 쓰던 것들이 많아 남다른 애착이 있어보였다.
내가 즐겨앉는 긴 테이블도 집에서 쓰시던 거라 하시며 애정가득 담은 눈빛으로
손으로 테이블을 한번 쓸어보는 모습에서
얼마나 아끼는 가구를 손님들과 셰어하고 있는지가 느껴진다.

젊은 시절 미팔군으로 잠시 다녀갔던 한국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미국으로 돌아가서는 한국으로 다시 올 수 있을 만한 직업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다
회계사로 진로를 정하고, 결국 그 일 덕분에 한국에 올 수 있게 된 밥 사장님.
워낙에 일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한국식 직장문화도 너무나 잘 맞아서
치열하게 일에 파묻혀 지내다
은퇴 후 아내분의 고향인 이곳 강릉에 터를 잡게 되었다.

남들은 여유롭게 쉴만한 나이인데도,
대학 강단에도 서며 여전히 젊은 시절 못지않는 열정으로 살고 계신 밥 사장님.
잠시만 대화를 나눠보아도 그 열정적인 에너지가 전해지는 듯하다.

사방에서 쏟아져들어오는 환한 햇살만큼이나
눈부신 그 열정,
참 멋진 삶을 살고계시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맞장구치신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 갈 수 있는 현재의 삶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혼자 조용히 한참을 이곳에 있어도
울적해지거나, 센치해지는 게 아니라,
자연이 선사해주는 초록 빛깔의 싱그러움과 밝은 햇살로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그러면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곳.
처음 간 손님에게도 늘 오던 단골인 것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시는
사장님 부부 덕분에 슬쩍 에너지도 생기고
무언가 힐링이 되는 것 같은 이곳.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너무 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몇 번이고 원한다면 리필해줄꺼라는
넉넉한 사장님의 인심가득 담긴
이곳의 커피.
한번 꼭 드셔보시길 권한다.
덤으로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시는
밥 사장님의 넘치는 열정도
느낄 수 있으니.
무엇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두 분의 꽤 괜찮은 삶의 철학도 맛볼 수 있으니.

 

 

reillust

바다,커피,음악,꽃,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림그리는 걸 많이 좋아합니다. illustrator/cartoonist

이 현정카페인 강릉 #8. 싱그러운 초록빛의 풍경과 눈부신 채광이 아름다운 카페, ‘엉클밥Uncle B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