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강릉 #7 행복의,행복을 위한,행복에 의한 베이커리 카페 ‘앤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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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단어만큼..
설명하기 다소 막연하고,
애매한.
길가는 열 명에게 물어보면 열 명 다 대답이 다를 것 같은 단어가 또 있을까.
사랑보다 오히려 더 정의가 어려워 보이는 이 단어, 행복.
타인의 삶에는 쉽게 그 단어로 수식할 수 있어도
내 삶을 수식하거나 정의할 때
사용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쑥스럽고 멋쩍은…
어른이 되어갈수록 왠지 잘 안쓰게 되는 것 같은 이 단어를…
난 오늘 모처럼
정말 많이…들었다.
그것도 타인에게
자신의 삶을 설명하는데 사용된 수식어로.

베이커리 카페 <앤>의 사장님.
그는 지금 현재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 했다.
지금이 너무 좋다고 한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아무리 말해도 그가 느끼는 행복감을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지…
정말이지 수십번 그 단어를 반복해 말했다.
그가 그 ‘행복’을 위해 지불한 그 모든 기회비용들이
남들 눈엔 하나같이 아까워보일만한 것들인데도
정작 그 자신에겐 하나도 아까워보이지 않았다.

청담동 프리마호텔 베이커리파트 총책임자.
전(前)대통령들의 생일파티나 각종행사들…집권정당의 중요한 행사들마다 들어가던,
행사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삼단케잌들 대부분이
다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베이커리 출신으로 총조리장을 하는 예는 거의 드물기에
사실상 더 이상은 올라갈 곳 없는 최고의 자리에 있던 베이커리 총책임자.
이제 갓 파티시에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겐
롤모델이자 꿈의 자리로 보일만한
그 화려해보이는 이력을 뒤로 하고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강릉에 온지는 이제 일 년 남짓.

내가 자주 걸어다니는 동선에 위치해있던 까닭에
카페가 오픈하기 전 인테리어 할 때부터 내 관심을 끌고 있던 이 카페.
서서히 오픈날짜가 다가오면서 외관에서도 뭔가
아기자기하고 예쁜 느낌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던 차에
그저 카페였으면 아…또 생겼나부다 그 정도였을텐데…
베이커리 카페라는 간판이 달린 걸 보는 순간!
빵순이 취향 저격.
이보단 더 기쁜 소식은 없었다.

몇해 전 강릉으로 이사 와서 바로 그 다음날인가… 이 곳 지리도 전혀 모를 때,
빵사러 나갔다가 빵집을 못 찾아서 급실망하고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집을 나서면 바로 시야에 들어오는 베이커리만 해도 여러개여서
어디서 살지를 고민하던 서울과 달리
한참을 돌아다녀도 빵집하나 없는 이 곳 환경은 내게 너무 낯설었고,
빵순이인 내겐 꽤나 충격적이고, 암울했던지라…
유난히 빵집간판만 보면 남다른 애착같은 게 생기는데..
베이커리와 커피의 조합인 베이커리카페 앤은..
내겐 정말 취향저격이었다.

데생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자주 앤에 들러
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 마셨다.
빵을 노래를 부르더니 커피만 주로 시킨 까닭은
아메리카노 한잔에도
너무너무너무 맛있는 갓 구워낸 쿠키를 곁들여서 내주셨기 때문에
이것이 진정 베이커리 카페의 극장점이로구나 하며…
굳이 따로 뭔가를 주문한 필요성을 못느꼈었다.
달지 않고 건강한 느낌의 딱 홈메이드 쿠키맛.
그러나 내가 구운 것과는 차원이 많이 다른…비교도 안되게 맛있었던 쿠키.
그리고 또 워낙 유행이어서 집에서도 사용하던 아이템이었지만,
막상 또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되면
감탄부터 하게 되는 손잡이 달린 예쁜 유리병.
거기에 한가득 채워 나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 둘의 조합은 판타스틱했고,
맛도 훌륭했지만,비주얼도 꽤나 그럴듯해서
갈때마다 사진부터 찍어댔었다.
초여름 더운날
머리가 멍해질정도로 그림그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서 누리는 그 짧게만 느껴지는 그 힐링 타임은
여전히 아련하게 생각날만큼 내겐 참 소중했다.

넓지 않은 카페이지만 혼자 앉아서 그림그리고 책읽고 있어도
별로 눈치보이지 않고, 어색하지 않아서 참 좋아하고 편안했던 곳인데.
수업 종료와 더불어 그리고 걷기보다 차로 이동할 일이 많아지면서
통 발걸음을 못하다가
<카페인 강릉> 작업을 위한 실로 모처럼만의 방문이었다.
그리고 듣게 된 사장님의 라이프스토리.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서 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임을…
그와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는…
한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시인의 그 표현이
딱 공감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가장이셨던 아버지.
지금은 일하느라 바쁘게 살지만
은퇴하면 여유있게 많이 누리며 살꺼라고 늘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앞에서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는 사장님.

남들이 보기엔 이루고 싶고 올라가고 싶은 자리에 있었고,
자신도 나름 즐기며 최선을 다해 그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은 이대로 살면 안되겠다고 결심했다고.

정말 자기가 원하는 삶이 뭘까를 고민하다
자신이 일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본인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삶.
일도 자기가 원하는 만큼, 즐거울 수 있을 만큼,
본인의 행복에 손상을 주지 않을 만큼만 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내 삶의 여유와 행복을 저당잡히지 않고,
조금 덜 벌더라도
삶의 소소한 즐거움들을 누리고, 여유를 즐기며
살기로 결정한 뒤,
그동안의 모든 삶을 뒤로하고 작년 오월,
한적한 지방 소도시 강릉에 내려와
베이커리 카페를 오픈했다.

그리고 지금,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누리며 살고 계신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잘 벌수 있고, 어떻게 살면 더 사람들 앞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이지만,
굳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행복은 이미
돈에 있지 않음을.. 유명세에 있지 않음을…
누구라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막상 현실앞에선 돈이나 명예에 끌려다니는 삶을 선택하기 십상인데…
흔들림없이 본인의 결정대로 지금까지 잘 지내올만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의 삶 가운데 던져준 파장은 꽤나 컸고,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의지는 더욱 확고했다.

어떤 빵이 잘 팔리는 아이템이 되는지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만큼 일이 많아지면
그만큼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여유도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 자신이 지켜오고 있는 이 소중한 행복감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갈까봐
예민하리만큼 조심하는 모양새다.

화려했던 이력만큼
호텔 베이커리샵에서 흔히 보게 되는
이름도 생소한 특별한 빵들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길 법 한데도
보편적인 맛을 내는 빵들을 만드는게 원칙이라 말씀하시는 사장님.
그리고 당일생산 당일판매에다
조금씩만 만들어내기 때문에
단체주문도 많아지고
입소문도 많이 타고 있어
다소 바빠지는 듯한 느낌이라,
또 다시 삶이 원치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필요이상의 주문은 받지 않으며 끊임없이 상황을 컨드롤해가고 있었다.

사업자본 백프로를 본인이 투자한 카페이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과 수익을 똑같이 절반으로 나눠갖는다는 사장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된다하더라도
본인이 가진 상식으로는 그래야만 맞다 했다.
이 카페에 대한 주인 의식이 있어야
직원도 자신처럼 행복하게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으므로
과감하게 그런 원칙하에 수익을 분배하고 있다고.

참 멋있다.
자신의 행복만큼이나 타인의 행복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마음.
손님들에게도 그러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인지…
오가는 손님들과 대화나누는 폼이
옆집 형같고, 동생같고, 친구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참 친근하고 진실하게 느껴진다.

그런 작은 누림이 행복하다 했다.
손님들과 알아가고… 함께 식사도 하기도 하고…
바르셀로나에서 온, 지금은 친구가 된 손님이 고향의 빵 맛을 그리워하자
바르셀로나식 브런치를 만들어 대접하기도 하고…
텃밭에서 나는 채소들을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고
옆집에서 분양해준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그렇게 소소한 즐거움을 귀하며 여기며 살아가는 삶.

행복하지 않을 수 없어보였다.

행복을 잡으려하고, 쫓아가려하면
오히려 잡히지 않을 것 같은데,
그저 이렇게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꾸고 누리는 사람에겐
그 행복이란 것이…
늘 곁에 함께 있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을 곁에 두고 사는 삶.
그 곁에 있으니
나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듯했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파티시에가 만드는 빵이 있는 카페.
그 특별한 맛은 아마도…
먹어본 사람만이 알듯하다.
많이 팔아 많이 벌려고 만든 빵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기 위해 만들어가고 있는 빵이 아니던가.
출발부터가 아예 다른 이 베이커리 카페.
그동안 삶이 너무 분주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권한다.
빵과 커피뿐만 아니라
이곳엔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지만 쉽게 쟁취하지 못하는
그 ‘행복’이라는 것을
이미 누리고 있는 자의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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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커피,음악,꽃,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림그리는 걸 많이 좋아합니다. illustrator/carto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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