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강릉#2 ‘커피내리는 버스정류장’에는 오늘도 커피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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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일이었다.

누군가가 목소리로 나를 기억해주는 것은.

더군다나 몇달만에 찾아간 카페의 사장님으로부터

목소리를 들으니 전에 왔었던 손님이란걸 알겠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더욱 그랬다.

 

매니아들에겐 ‘커.버.정’ 이라 불리우는

로스터리 카페 <커피내리는 버스 정류장>.

일본에서 커피를 공부한 사장님이 배워온 것은

커피에 대한 지식과 기술 뿐만이 아니라,

손님을 대하는 그런 마인드였고,

한 번 온 손님도 기억해내는 그곳에서의 훈련들이 몸속 깊이 체화되어

꽤나 고되었을 법한 훈련의 흔적들을 그렇게 보여주고 있었다.

 

커.버.정.의 첫방문은 추운 겨울 아침,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이려고 문열린 카페를 찾던 중에 우연히 들르면서였다.

바닷가도 아닌, 다른 볼 거리가 많은 곳도 아닌, 그저 동네 한 켠에 자그맣게 있던 카페에

몸만 녹이려고 갔다가

생각지도 않게 상당히 고급스러운 맛을 내는 커피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딱히 위치가 메리트가 있던 곳이 아닌 까닭에

커피맛이 훌륭했음에도 한참만에 재방문을 하게 되었었는데,

사장님은 그렇게 내 목소리로 나를 기억하고 반겨주셨다.
알고보니 카페옆에 로스팅 공방도 같이 운영하면서

COE 커피와 스페셜티를 취급하는,

고급 원두를 쓰는데도 일일이 핸드픽으로 다시 한번 결점두를 골라내는

사장님의 집요한 장인정신으로 꾸려져가고 있는 카페였다.

커피도시, 강릉이라는 그럴듯한 네임밸류 때문에 물밀듯이 밀려들어온 대기업과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카페가 아니라,

강릉에 더 좋은 커피맛을 맛보여주기위해서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문화을 같이 나누고자하는 마음에서 문을 열게된 카페.

커.버.정.

선한 의도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맘처럼 잘 되지 않는 전쟁터같은 곳에서

6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아해보이지만 발버둥치고있는 백조처럼

고군분투하며 한결같이 이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고수가 고수를 알아보는 법인건지.. 일반인들보다는 커피전문가들에게 인정받는 곳.

커피도시 강릉이라는 네임밸류가 무색하게 아직은 진정한 커피애호가들의 저변이 약해서인지

이 곳 강릉보다는 오히려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서

혹은 다른 나라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는 커.버.정.

주말이나 연휴때는 주로 손님들도 외지인들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커피맛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마셔보면

한번만 오고 안 올수는 없는 곳.

어떻게든 다시 오고 싶어지는 이 곳.

 

비단 커피맛이 훌륭해서 뿐만이 아니라,

사장님의 커피에 대한 열정과 그것을 같이 사람들과 나누고싶어하는 그 마음,

그 진정성을 느끼는 순간,누구나 이곳이 매니아가 되는 듯하다.

 

사장님의 처음에 가지고 있던 이상과

뜻대로 되어지지 않는 현실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만 했기 때문에

처음에 갔을 땐 메뉴판의 여러장을 차지하고 있던

꽤 다양했던 커피의 종류들이 지금은 커피의 종류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많지 않은 종류의 커피이기에 더 최선을 다해 변함없는 최고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고,

본인이 추구하는 최선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은 지금의 차선속에서

집요한 장인정신으로

커피 한잔,한 잔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 이 곳, 커.버.정.

 

아메리카노밖에 모르던 내게

카페라떼가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해준 곳.

우유맛이 진하고 고소하다며 말씀드렸더니

한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중에서는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우유를 찾을 수가 없어서

결국 수입우유를 사용하신다는 사장님.

그렇게 최적의 재료를 선택했으면 더 이상의 고민 없이 계속 그 재료를 쓰면 될 법한테도

끊임없이 보다 나은 재료들을 찾아 다양하게 시도해보면서 음료에 따라 최선의 재료를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신다.

운영하는 입장에선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맛만 낸다면 아무 재료라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 법도 한데도,

직접 맛보고 발품을 팔아서 최상의 재료만을 사용하는,사장님의 커피 한잔에 대한 이 집요한 완벽주의를 보며 장인의 면모까지도 느끼게 된다.

 

카페라떼를 한 모금 마시는데, 미지근하다 느낄만큼 생각보다 온도가 높지 않아서

맛은 카페라떼로 워낙 유명한 이곳의 명성답게 정말 탁월한데, 왜 이렇게 식었을까 하며 살짝 의아해하던 내 속내를 눈치채셨는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여 주셨다.

우유가 60도 이상되면 영양소가 파괴되기 때문에 뜨거운 카페라떼를 기대하셨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이 온도가 카페라떼의 우유를 제대로 먹는 최적의 온도라고 하신다.

 

뭐하나 결코 대충하는 법이 없이, 끊임없이 공부하며…

이 작은 커피 한잔에 본인의 철학,고집,마인드를 흐트러짐없이 담아내는 그 한결같은 태도와 열정이

멀리 타도시에서도 이곳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일부러 올 수 있게 만드는

오늘의 커.버.정. 이 있게 한 원동력인듯 하다.

 

커피매니아라면 한번쯤 들르고 싶어하는 진짜 고수, 숨은 실력자가 운영하는 보석같은 카페, 커.버.정.

사실은 전국방송도 여러 번 탔다고 슬쩍 귀뜸해주시는 사장님.

그런데 덧붙여서 하시는 말씀…그렇게 방송타고도 이렇게 방송효과 없는 가게는 처음봤다는

방송국 관계자 분들의 이야기를 웃으며 전해주시는데

그래도 그 얼굴이 참 편안해 보딘다.

주변의 상황과 평가와 인정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꼿꼿한 철학을 가지고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을 흐트러집없이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랄까…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래도 여전히 그 진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진흙속에서 파묻혀 있는 진주같은 이 곳.

머지 않아 강릉의 꽤 유명한 카페들 만큼이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그 영롱한 자태를 드러내게 될 날이 올 것을 어렵지않게  예감해본다.

 

아직 봄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았었는데 어느샌가 찾아온 여름같은 요즘 날씨에 간절히 생각나는…

비주얼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내는 이곳의 아이스 카페라떼나 플랫화이트.

오늘은 꼭 마시러 가봐야겠다.

 

 

 

 

<카페인강릉 cafe in gangneung>

‘카페인‘처럼 중독성있는 도시,강릉.
바다와 커피.
이 낭만적인 조합엔
언제나 그곳으로 가고 싶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에 카페만 360여개인 이곳은
주택가 후미진…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도
고퀄리티의 커피를 내놓는 소박한 커피숍 하나쯤은 어렵지않게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강릉으로 이사온지 오래이지만,
여전히 바다를 보면 탄성부터 터져나오는 관광객마인드로,
카페거리로 너무나도 유명한 안목부터 시작해 주택가 한구석에 자리한 카페까지
작가의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에 의해 찾아가게 된 카페들의 이야기.
그곳의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단상들을
그림과 글로 담아낸 스토리.
카페인강릉.

 

reillust

바다,커피,음악,꽃,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림그리는 걸 많이 좋아합니다. illustrator/cartoonist

이 현정카페인강릉#2 ‘커피내리는 버스정류장’에는 오늘도 커피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