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숙의 씨네뮤직 – ‘러빙 빈센트’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의 주인공 반 고흐와 그의 도시, 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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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숙의 씨네뮤직 ‘러빙 빈센트’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의 주인공 반 고흐와 그의 도시, 아를

전 세계에서 5천 여 명 화가들이 지원해서 시험에 통과한 107명에게 특별한 임무가 주어졌다. 3주 동안의 하드 트레이닝을 거친 후에 반 고흐처럼 그의 화풍이 담긴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는 것! 그 제작 기간만 무려 십 여 년동안 직접 손으로 그린 62,450장의 유화들과 이를 둔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진 세계 최초의 유화로만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 “러빙 빈센트”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을 그려낸 영화이다. 도로타 코비엘라와 휴 웰치맨이 감독한 이 영화는 2017년 11월 07일에 우리나라에 그 첫 선을 보였다.

네덜란드 프로트 즌델트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 난 빈센트 반 고흐! 인상주의 작가로서 프랑스에서 활약한 화가인 그는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작가 생활을 하고 비극적일 정도의 짧은 생을 살다 갔음에도 불구하고, 900점에 가까운 페인팅과 1,100점에 가까운 드로잉을 남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가 중 한 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27841439

빈센트의 죽음 후 1년, 아르망은 그의 그림을 사랑했던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빈센트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장소로 찾아가 미스터리한 그의 죽음을 거꾸로 추적해 나간다. 그런 과정에서 아르망은  빈센트를 그리워하는 여인 마르그리트, 빈센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던 아들린, 빈센트의 비밀을 알고 있는 닥터 폴 가셰 등을 만나게 된다. 아르망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간 빈센트에 대해 몰랐던 놀라운 사실들을 서서히 알아가게 된다. 영화가 끝날 때 쯤에는 내가 아르망이 되어 고흐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으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그가 어떤 그림을 그려왔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씨네 뮤직 코너에서는 그러한 빈센트와 그의 작품에 대해 짧게나마 알아보고자 한다.

빈센트와 아를

아를은 고흐가 10개월 동안 요양 차 잠시 머물던 남프랑스의 작은 도시이다. 1888년 6월은 아를의 태양빛이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청명한 때였다. 빈센트는 그늘이라곤 하나도 없는 땡볕에도 밀밭에 나가 그림을 그렸다. 그는 베르나르에게 보낸 편지에서 ”서른다섯 살이 아니라 스물 다섯 살에 아를에 왔더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라는 탄식을 덧붙일 만큼 이 도시에 빠져 들었다고 할 정도였으니 그의 아를에 대한 사랑을 엿볼수 있다.

1888년 가을, 빈센트는 아를에서 고갱과의 공동 생활 중 우울증과 조울증에 의한 병의 발작에 의하여 자기의 왼쪽 귀를 자르는 유명한 사건을 일으키면서 정신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생활을 되풀이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1890년 봄, 프랑스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정착했으나 이는 오래 가지 못하고 같은 해 7월 37세라는 한창의 나이에 사망하게 된다. 권총으로 자살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영원히 밝힐 수 없는 진실에 대한 공방과 함께 지금까지도 타살설이 거론되고 있다.

사랑했던 형의 죽음에 절망한 나머지, 고흐가 세상을 떠나고 고작 6개월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동생 테오 역시 형을 따라 하늘 나라로 가게 된다. 빈센트에게 있어 동생 테오는 정신적이며 또한 재정적인 지원자였으며 유일하게 그를 인정해 준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비단 반 고흐의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그가 동생 테오 및 기타 사람에게 보낸 방대한 양의 편지는 서간문학으로서도 그 중요성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그가 동생과 주고 받았던 수많은 편지를 통해 그의 인생을 자세히 알 수 있게 된다. 편지 속에서 만난 그는, 자신과의 신념과 싸우며 가난과 고독, 그리고 끝없는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던 한 명의 보통 사람이었다. 진솔하고 절절한 그의 편지에 조금씩 빠져들게 되면서, 치열한 그의 삶과 그림들은 나를 영화 속으로 이끌었다. 아니 그림 속 아를로 나를 초대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어떤 작가들보다 고흐의 작품을 미친듯이 좋아한다. 언젠가 예술의 전당,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고흐전에 몇 차례 간 이후, 그의 작품들을 찾아보고  있는 나는 고흐의 팬이 되었다. 미국시카고미술관, 뉴욕메트롤폴리탄미술관등 내가 가는 곳에 있는 그의 작품을 나는 찿아 갔다. 붓으로 터치하는 힘이며, 그림 전체가 주는 묘한 매력이 죽어 있는 그림에 활력과 힘을 준다. 계속 보다 보면 그림 속으로 내가 들어가 있는 느낌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고흐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대개 캔버스에 유화로 자연스러운 붓 터치를 살린 것들이 많은데, 이를 통해 붓의 방향이 그대로 느껴지며 붓 터치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생생한 붓 터치 때문일까? 고흐는 그림 그리는 시간이 다른 화가에 비해서 상당히 빨랐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고흐는 고갱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풍경을 많이 그렸는데, 빨리 그림을 그리면서 완성도가 높았던 고흐를 보며 고갱이 부러움과 질투를 했을 정도라니 말이 더 필요 없다. 이러한 붓터치는 살아 생전에 주위 예술가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고흐만의 독특한 표현기법이다. 그는 살아 생전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다는데, (붉은 포도밭- 모스크바 푸슈킨 미술관) 그가 죽은 후에 그의 조카에 의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그의 그림은 후세대에 인정받으며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다.

우리 집에는 그의 작품이 많다. 거실에 걸려있는 ‘해바라기, 부엌에 걸려있는 ‘복숭아 밭’, ‘카페 테라스’, 안방에 있는 ‘별이 빛나는 밤에’, 집 뿐만이 아니라 휴대전화케이스, 수첩, 메모장, 컵, 텀블러, 캘린더, 찻잔세트 및 받침, 스카프,  손수건등 그의 작품투성이다. 많은 작품을 좋아하는 나지만, 그 중에 제일 좋아하는 작품들을 뽑자면 ‘별이 빛나는 밤’과 ‘추수풍경’, 그리고 ‘밤의 카페테라스’다.

여기서 잠깐, 내가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

밤의 카페테라스 (1888년 9월 프랑스 아를에서)

’카페 테라스’라고도 불리우는 이 작품은 1888년 9월작으로서, 아를에 도착한 이래 첫 번째 밤 풍경을 담아낸 그림이다. 실제로 프랑스 아를의 포룸광장에 위치한 한 카페를 배경으로하여, 카페테라스를 볼 수 있는 야외에서 그렸다고 한다. 고흐가 자신의 예술 세계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예술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의 남부 아를지방으로 옮겨간 후 다른 예술가들을 만나기도 하고 혼자서 즐겨 찾던 카페를 그림으로 옮겨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시절의 고흐는 그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의욕적이고 희망적인 작품 활동을 하던 시기였다고 한다. 이 시절에 그린 작품만 해도 상당하다. 밤의 카페테라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다른 카페에서 고흐가 테라스를 그리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 당시 후기 인상파 작가들이 저 의자에 앉아서 예술을 논하며 술잔을 기울였을까? 그의 변덕스러운 성격처럼, 낮과 밤이 그에게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푸른빛이 초록빛으로 보인다는 그의 진술은 그토록 열심히 밤의 풍경을 그린 까닭을 이해 할 수 있게 만든다. 이 그림에서 고흐는 처음으로 검정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밤하늘을 그렸다고 한다. 아름다운 파란색과 보라색, 초록색을 사용했으며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광장은 밝은 노란색을 그렸다. 그의 말대로 밤이 낮보다 더 생생하고 다양한 색을 자랑한다. 그야말로 ‘색다른 밤의 풍경’ 을 펼쳐 놓은 셈이다. 이 그림은 네덜란드 크뢸러 뭘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추수풍경 (1888년 6월 프랑스 아를에서)

‘추수풍경’은 몽마주르 지역과 아를 사이에 있는 라크로 들판을 그린 작품이다. 무려 50번을 드나들던, 빈센트가 이젤이 쓰러지고 캔버스가 날아갈 정도의 바람을 이겨내고 극성맞은 모기떼의 싸움 끝에 가까스로 완성해 낸 이 그림은, 이 시기 그의 들판 그림들 중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으로 “이 그림이 다른 모든 그림들을 침묵하게 한다 ” 고 테오에게 직접 자랑할 정도였다. 황금빛으로 보이는 들판을 여러 색으로 담아내는 아름다운 작품에 그가 마법을 부린 게 분명하다.

나도 언젠가 프랑스에 가서 “남프랑스에서만은 행복했다”고 말하던 고흐를 떠올리며 그의 영혼이 살아있는 아를의 들판과 태양, 하늘, 그리고 바람과 함께 그와 관련된 장소들을 다 가보고 싶다. 아직도 그는 아를에 영원히 살아 숨쉬는 듯하다.

천재지만 괴팍한 미치광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그런지, 고흐의 그림을 무척 좋아하는 나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하고 느꼈던 감정들을 알기 전에는 왠지 거리감과 선입견을 가지고 그의 그림을 접하곤 했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고 나서 그의 삶에 조금 더 다가간 기분이 들었고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는 그저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지닌 화가였다. 비가와도 우산을 쓰지 않은 채 그림에 몰두하던 사람! 그는 너무나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작품들이 참 좋다!

영화: 러빙 빈센트의 OST (Loving Vincent OST) (Lianne La Habas – Starry, Starry Night)

 

영화의 OST였던 Lianne La Habas의 Starry, Starry Night을 소개한다. 고흐의 마지막 삶과 그의 작품을 배경으로 한 음악으로, 영화를 본 후에 이 노래를 들으면 평소에 이 노래를 들었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이 아름다운 그의 삶 또한 이 노래와 함께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정 정숙

각자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 다른 세상에서 설렘과 기쁨을 안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나만의 길..감미로운 음악, 따뜻한 커피, 그리고 아름다운 책이 있을 그 곳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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