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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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돼지’는 아이들에게 조금은 어려운 주제일 수 있는 ‘가족 구성원들의 역할’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책의 표지에는 밝게 웃고 있는 아빠와 두 아들, 그리고 이들을 짊어지고 있는 무표정한 엄마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표지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행복한 가정을 지키는 것은 누구 하나의 몫이 아닌 가족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는 근본적인 원칙에 대한 깨달음을 전달하고, 가정에서 엄마가 짊어지고 있는 역할과 희생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유쾌하게 이 책은 풀어놓는다. 어린이들과 가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아빠들과,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엄마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며 엄마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아이들에게도 맞는 책이다.

요즘 현대인들은, 발달해가는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타인과의 상호 작용이 적어지면서 ‘더불어’, ‘함께’라는 말이 이상할 정도로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맞벌이 시대’로 집안일은  옛날처럼 엄마가 당연히 해야 한다는 것을 떠나 대부분 서로 분담해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시대에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가정은 피곳 부인과 같은 엄마들 혼자의 몫 이었다.

책에서도, 회사에 다니는 피곳씨와 두 아들(사이먼과 패트릭)은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늘 입을 크게 벌리고 아내와 엄마에게 빨리 무언가를 해달라고 요구 하기만 한다.

집안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피곳 부인은 “너희들은 돼지야” 라고 쓴 쪽지를 남기고 남편과 아이들에게서 사라져 버린다.

과연 이 집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이 책을 읽으며 나도 피곳 부인이 되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엄마가 밥을 차려 주시고 집안 청소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어른이 된 지금은 우리를 위해 어머니들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피곳 씨의 가족처럼 나 역시 대부분의 모든 집안일을 하며 살았다. 피곳 부인의 행동을 나도 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용기 있는 피곳 부인이 조금은 부러웠다.  아무도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집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또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엄마가 떠난 이후로 아빠와 아이들 심지어 집안 곳곳의 물건들이 돼지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소금통과 후추통, 수도꼭지, 주전자, 전화기, 벽지와 전등갓까지…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책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자가 숨겨놓은 재미있는 돼지 그림을 찾아보면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책에 더 큰 흥미를 갖게 한다. 이러한, 간결하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글과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림속의 정물들에 가득한 기발한 상상력으로 작가는 세상의 권위와 편견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내용의 책을 만들어 왔다.

책을 보면서 왜 엄마가 집을 나가는 일이 생겼는지, 평소에 집안일을 누가 했는지, 엄마 혼자서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어 볼 기회 또한 생기게 된다.  또한 누군가 묵묵히 하고 있기 때문에 소중함을 몰랐던 가사 노동의 가치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어 볼 수도 있겠다.

책의 마지막 장을 보면, 집안일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엄마가 그 일에서 비로소 벗어나, 평소에 좋아했거나 해 보고 싶었던 일이었을지도 모르는 자동차 정비를 하고 있다. 차를 정비해서 가족 나들이를 가려는 걸까? 차를 정비하고 있는 엄마는 너무나도 행복해 보인다. 잠깐 피곳 부인이 되어 일탈을 즐겼던 나도 책을 덮으며 웃음을 짓게 된다.

이 책의 작가 앤서니 에드워드 튜더 브라운은 영국 셰필드에서 태어난 영국의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그의 작품의 모티브는 주로 자신의 개인적인 성장 과정에서 가져 왔으며, 현대 사회의 모습을 깊은 주제 의식으로 그려 내어 동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현대 사회의 단면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독특하게 표현하여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켜왔다.

독특하고 뛰어난 작품은 국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미술관에 간 윌리(2001년)’와 ‘돼지책(2002년)’은 외국 번역 그림책으로는 드물게 2년 연속으로 문화관광부 추천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한국 엄마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책 작가이기도 하다.

앤서니 브라운의 저서 모음

본격적인 그의 커리어는 1976년 첫 작품인 『거울 속으로』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1983년 『고릴라』와 1992년 『동물원』으로 영국의 권위 있는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200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 작가에게 주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의 일러스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어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였다.

 

 

 

정 정숙

각자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 다른 세상에서 설렘과 기쁨을 안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나만의 길..감미로운 음악, 따뜻한 커피, 그리고 아름다운 책이 있을 그 곳을 향해서..

정 정숙‘엄마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