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강릉 #1 느림을 담아내다,핸드드립 커피가 있는 문화공간<봉봉방앗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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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의 음색이 느껴진다.
보통 사람보다 3도 쯤은 낮은 목소리로
카페에 낮게 깔린 소프트한 감성의 배경음악과 조화를 이루며
오는 손님들에게 예외없이
엄숙한 통과의례처럼
낮은 톤으로 취향을 물어본다.
‘진한 커피 좋아하세요?’
라고.

손님들의 대답에 따라
그에 맞춰 드리기도 하고
또 다른 적당한 원두를 권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낮은 목소리에 걸맞는 조용한 움직임으로
핸드드립하며
천천히
천천히…
커피가 내려오는 속도만큼이나
천천히 그렇게 사람들을 대한다.
그는 지금껏 그렇게 이 공간을 꾸려오고 있었다.

봉봉방앗간.
통통튀는 이 카페의 이름과
이 시종일관 진중하며
목소리의 톤만큼이나 어마어마한 깊이가 느껴지는…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가 있는
이 곳 사장님과의
연결고리는 도대체 어디쯤인걸까.

차라리 커피 원산지 이름이거나
영어가 좀 들어간 카페 이름에
어울릴법한 아우라를 지닌 사장님이신데…
쌩뚱맞게도 봉봉방앗간이라니…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가 추구하는 세계가
이 카페 이름에
어찌보면 참 잘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밈없는 진솔한 그의 내면을 그대로 담고 있는 카페이름,
봉봉방앗간.

방앗간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이미 출발부터 남달랐던 이 곳을
세상이 몰라볼 리 없었다.
여기저기서 취재해가고
이름이 알려지고
소문을 듣고 호기심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여러 매체들에 소개되고
많은 인터뷰들을 해 온 그였으나,
필요이상의 의미를 부여해대는
소위 ‘허명’을 그는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강릉에 있는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왔는데
줄서서 마셔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는 문을 닫아버리겠다 말한다.
시종일관 톤의 변화없이 낮고 조용하고 천천히 이어가는 그의 목소리이건만
단호함이 묻어난다.
정말로 그럴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대박 카페를 그는 꿈꾸지 않는다.
이 작은 도시에 그것도 뒷골목에 자그맣게 숨겨진 이 곳에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와 북적대며 커피를 먹겠다고 장사진을 치는 꼴을…
세상은 그런 성공신화를 기대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철저하게 거부한다.

그저 지금처럼
커피 믹스에 길들여진 동네 할머니들이 와서
이 집 커피를 맛있다하시며 단골이 되어갈 때…
한적한 뒷골목에 위치한 이 카페가 과연 얼마나 버틸런지 너무나 염려되어
수시로 들락거리며 안부를 묻는 이웃사촌들을 대할 때…
카페 초창기부터 오시던 손님들이
그날 그날 원두의 로스팅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주며 한 마디씩 던질때…
멀리 떠나있던 오랜 만에 찾아온 단골손님에게
안부를 묻고,
오늘의 추천커피를 권해드리고
그 맛을 함께 공유할 때..
그저 그러한 소소한 기쁨들이
어우러져 있는 이 공간 속에서의 느린 질서를 그는 참으로 사랑하는 듯 했다.
그 질서와 균형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더 부지런히 로스팅을 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그러나 또 그것이 너무 과하지 않도록
그 최적의 균형을 찾아내는 것이
그에게 남은 유일한 숙제인듯 보인다.

마침 진행중인
전시 <연(然)>은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서양유화를 하셨던 1세대 화가들 중
북한으로 간 화가들의 우리의 산하를 그린 작품들이었는데
그 작품들이 면면을 자세히는 못봤어도,
화려하지 않으나…
정갈하며,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는 그 그림들이
그와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전시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그의 안목과 취향이
돈 잘 버는 대박집이 되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안가리고 덤벼대는 세상의 흐름과 반하여
오히려 절제하고
자신이 지닌 가치가 그런 물질주의와 성공주의에 물들지 않도록 경계하고 조심하면서
봉봉방앗간의 여유로움과 느림의 미학을 지속시켜나가려 하는
그 기본 원칙들과
어딘가 모르게 맞닿아있음을 느낀다.

직원이 가져온
그 날 로스팅한 원두의 맛을 테스트하며
원두의 생사?를 심판하는 엄정한 그 표정앞에서,
로스팅이 잘못된 원두는 꽤 좋은 생두였어도 비용생각하지 않고 과감하게 쓰지않는다는
그 견고한 원칙을 들으며
이 봉봉방앗간이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온 이유를 다시 한번 찾게 된다.

좋은 생두의 맛을 쓴맛으로 다 뒤덮어버릴수가 없어
주로 약하게 로스팅하다보니, 산미나는 커피가 주를 이루는 이곳의 커피들.
오늘 먹은 자바는
최근에 먹은 커피들 중에 단연 최고였다.

많고 많은 깊은 대화들이 오갔지만
오늘 얻은 단순한 결론이 있다면
굳이 내 취향 따지지 말고
카페 주인이 오늘의 커피라고 내놓은 것들은 일단 먹고보는 것이 좋겠다는 것.

긴긴 시간.
난생 처음보는 사람앞에서
그토록 진지하게 본인의 생각,고민,철학들을
나누어주신 것이 난 그저 감사했다.
주변의 소리와 흐름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카페를 운영하는 분을
강릉에서 이렇게 또 만나서 알게 된 것이
난 참 놀랍고 감사할 뿐이다.
그 덕에 나는 오늘
유명새에도 불구하고 크게 북적이지 않고,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그림이 전시된
독특한 그 공간에서
조용히 자바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부디 이 모습 그대로
본인의 고백처럼
십년뒤에도 뭐 그닥 크게 바뀌지 않은 모습으로
그 잘난 대박신화따윈 없어도
이 모습 이대로
느리게…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조용히 배경처럼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는
봉봉방앗간이 되기를
바래본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re.illust/

그라폴리오 http://www.grafolio.com/rosemonde

 

 

 

<카페인강릉 cafe in gangneung>

‘카페인‘처럼 중독성있는 도시,강릉.
바다와 커피.
이 낭만적인 조합엔
언제나 그곳으로 가고 싶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인구 20만의 작은 도시에 카페만 700개가 넘는다는 이곳은
주택가 후미진…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도
소박한 커피숍 하나쯤은 어렵지않게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강릉으로 이사온지 오래이지만,
여전히 바다를 보면 탄성부터 터져나오는 관광객마인드로,
카페거리로 너무나도 유명한 안목부터 시작해 주택가 한구석에 자리한 카페까지
작가의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에 의해 찾아가게 된 카페들의 이야기.
그곳의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단상들을
그림과 글로 담아낸 스토리.
카페인강릉.

reillust

바다,커피,음악,꽃,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림그리는 걸 많이 좋아합니다. illustrator/cartoonist

이 현정카페인 강릉 #1 느림을 담아내다,핸드드립 커피가 있는 문화공간<봉봉방앗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