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隔世之感) 소격동 여세부침(與世浮沈)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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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7일 만저봐 어슬렁 성북동 근현대사 투어를 다녀왔다. 말 그대로 서울의 중심가를 관통하여 성북동과 그 인근을 구석 구석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보는 반나절 기행.

어슬렁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한 곳은 투어를 마치고 내려와서 만나게되는 소격동과 삼청동이었다.

그런데, 이 어슬렁 투어의 초입에 만날 수 있는 팔판동이 소격동 삼청동 사이에 있다. 팔판동의 이름은 여덟 판서가 살았던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경복궁 옆 위치값 제대로 하는 이름이겠다.

팔판동의 수많은 가게 가운데 어슬렁 투어가 꼭 짚은 곳은 바로 팔판정육점이다.

그곳 주인을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씨가 ‘전설적인 정육 명장 이경수 선생’이라고 칭송했단다.

무려 3대가 76년째 영업중이고 우래옥과 하동관에 들어가는 고기를 70여 년째 대고 있는 곳이다.

예전에 우래옥 냉면과 하동관 곰탕을 자주 먹었지만 명장의 손길이 닿은 고기를 먹었을 줄이야..

몰랐던 사실을 알게되는 순간 오래된 추억의 맛에 또다른 감동이 스민다.

인기 많은 상점들이 즐비한 이곳에서도 줄 서서 기다린다는 곳이니 육식파들은 한번 쯤 들려볼만 하다.

 

네이버 지도 캡처. 빨간색 테두리로 쌓인 지역이 위부터 삼청동, 팔판동, 소격동이다.

 

경복궁과 청와대를 맞닿은 삼청동은 경계가 삼엄하던 군사정부 시절을 뒤로하고 서울시내에서 힙하면서 화려한 장소로 탈바꿈했다. 이제는 북촌의 한 부분으로 맛집과 소규모 갤러리, 카페가 즐비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동네다. 삼청동은 북촌이 그러하듯 고즈넉한 한옥들이 아직도 원형을 유지한 채 사람들을 맞이한다. 도시재생이던, 전통 보존이던 어떠한 명목이나 이름으로라도 이 아름다운 동네가 후세에도 그대로 유지되길 바란다.

한편, 네이버 검색으로 찾아본 소격서는 다음과 같다.

“고려 때부터 소격전(殿)이라 하여 하늘과 별자리, 산천에 복을 빌고 병을 고치게 하며 비를 내리게 기원하는 국가의 제사를 맡았는데, 1466년(세조 12) 관제개편 때 소격서()로 개칭하였다. 그 후 도교를 배척하는 유신()들의 조직적인 운동과 조광조()의 끈질긴 폐지 주장에 따라 1518년(중종 13)에 폐지되었고, 이때 제복()·제기()·신위()까지 땅에 파묻었다. 1525년(중종 20)에 복설()되었으나,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뒤 다시 폐지되었다.(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소격서[昭格署]: 관직명사전, 2011.1.7., 한국학중앙연구원)”

이렇듯,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 중기까지 국가의 제사를 지냈고, 조선왕조 종친부가 들어서 있던 소격동은 삼청동과 함께 한양 도성의 심장부였고 근대를 지나 현대사에 들어서도 그 위치를 놓치지 않고 있다. 비록 성격은  많이 달라졌지만.

소격동은 청와대를 위에 두고 국군기무사령관이 오랜 기간 자리한 까닭에 위치와 어울리지 않게 개발이 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이러한 연유로 경복궁 바로 옆 옛 북촌의 한 자락이지만 많이 알려지지도 접근성이 높은 동네도 아니었다.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게는 더더욱이나 소격동의 현대사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2014년 서태지가 아이유와 콜라보로 발표한 ‘소격동’의 뮤직 비디오는 분명히 존재했으나 지금은 잊혀져가는 그 시절 ‘소격동 시대’를 배경으로 담고 있다.

서태지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서 소격동의 곡 배경을 묻는 손석희 앵커에게 “예쁜 동네의 무서웠던 시절”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곳은 아름다왔지만 80년대의 무서웠던 동네 분위기를 빼고는 노래의 배경을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어린 서태지가 뛰어놀던 그 곳에서 서슬퍼렇던 보안사령관은 녹화사업을 빙자해 명단을 작성했다. 그 명단을 통해 강제 징집이 이뤄졌던 사실이 훗날 밝혀졌다.

이제는 젊은이와 관광객이 몰려드는 상업 지역이 되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예쁘고 공포스러웠던 묘한 추억이 서린 복잡한 동네인 것이다.  그 시절을 지나온 이들에게 지금의 소격동은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요 여세부침이다.

어슬렁 투어의 마무리는 소격동의 한 수제맥주집이었다. 이연실의 노래 가사처럼 30촉 백열등이 그네를 타던 목로주점의 세월은 갔다.

그러나 흘러간 세월을 안주 삼아 가까운 이들과 맛있는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 곳.

바로 삼청동과 소격동으로 성북동 어슬렁 투어의 마지막을 함께 해 보길 권한다

bearlady

만화와 IT 소식 읽기를 즐기고 글쓰기와 피겨 스케이트를 좋아하는 라 라 랜드 거주자. 만화저널 세상을 봐에 제2의 둥지를 틀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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