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숙의 씨네뮤직–플립 (Flipped)—진정한 삶의 가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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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숙의 씨네뮤직–플립 (Flipped)

영화 ‘플립’ 의 로드 라이너 감독은 예전에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스텐 바이 미’, 그리고 ‘버킷 리스트’들을 만든 감독이다. 기존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점들이 어린 소년과 소녀에게로 옮겨와 첫사랑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 주어 서툴고 풋풋했던 각자의 첫사랑을 추억할 수 있게 해준 영화이다. 또한 이를 통해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달게 해주는 사랑스럽고 봄바람처럼 따스한 영화, 플립을 이번 씨네뮤직에서 소개한다.

영화 플립은 지난 7월 12일 우리나라에 개봉했다. 미국에서는 2010년에 개봉했으니 벌써 7년이 흐른 작품인데 이렇게 늦게나마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관객들의 힘이다. 더구나 나로서는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의 매가폰을 잡은 로드 라이너 감독이 연출한 영화였기에 더더욱 지나칠 수 없었다. 아이들의 이야기와 어른들의 슬기로운 조언들이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담겨 있는 영화가 아닐 수 없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1960년대의 클래식한 느낌을 그림같은 세피아톤의 화면들로 가득채워 더욱 풋풋한 느낌을 선사한다.

영화는 7살 어린 시절 이었던 꼬마들이 중학생이 될 때까지 성장하며 펼쳐지는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7살은 사랑을 느끼기에는 조금 이른 나이일까?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인 꼬마 아가씨 줄리는 당돌하고 성숙하다. 같은 동네 맞은편 집으로 이사를 온 브라이스의 눈망울에 푹 빠져 첫 눈에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음을 직감한다.  같은 나이라도 여자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더 빨리 성숙하다는 말처럼 브라이스보다 줄리는 행동은 훨씬 어른스럽다. 브라이스는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까? 처음 봤는데도 눈치 없이 달려드는 줄리가 그는 너무나 싫다. 그녀의 애정공세에 마냥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나는, 줄리가 자신의 감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점이 참 부러웠다.

매일 아침이면 학교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정류장에 있는 나무 위에 올라 초원과 마을 그리고 자연이 이루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줄리, 브라이스의 눈빛에 빠진 그녀의 마음과 감정이 모여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과 오묘하게 동일시 된다. 하지만 어느 날 그 땅 주인이 나무를 베어 버린다고 통보를 하게 되고, 줄리는 ‘나무 못 자르게 하기’라는 이름의 운동을 혼자서 진행 해 보지만 아무도 동참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무는 잘려 나간다.

그 때 줄리가 느꼈을 감정과 기분을 나는 이해한다. 어릴 적 내가 자라던 우리 집에는 감나무와 영화에서도 나오는 무화과 나무가 우리 집을 빙 둘러 싸고 있었다. 틈만 나면 나와 사촌은 나무에 올라갔다. 올라가서 잘 익은 감과 무화과를 따서 먹기도 했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우리집을 빙 둘러싼 그 나무는 아주 오래된 나무라 크고 높았다. 누가 더 높이 올라가나 내기를 하느라 끝에 있는 가지에 내 몸을 맡겼다가 나뭇가지와 함께 땅으로 떨어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그래도 난 그 때가 참 좋았다. 나무 위에 올라갔을 때 저 멀리 보이는 산 등성이와 머리 끝으로 펼쳐지는 높고 파아란 하늘, 나무에 있는 까치집, 그리고 나무들 사이로 빛나는 햇살을 받으며, 어렸지만 그 때의 난 자연과 교감하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철학자였다. 나무에 올라서서 나에게 펼쳐지는 자연은 내면의 또 다른 나와 매 순간 소통을 하였고 그러한 경치를 보면서 나는 그 때의 감정에 최선을 다했었다. 이윽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기분좋게 나무에서 내려올 때의 그 기분은 그 어떤 것도 대신해 줄 수 없는 행복이었다. 이는 아마 줄리가 나무에서 자연을 바라보고 느꼈던 기분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 나는 그 나무에 올라가지 못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관리를 하기가 어려워 나무들을 다 베어 버렸다. 영화를 보면  그 영화 속에는 내가 있었다.

나무가 전기톱에 의해 베어지고 사라져 버리자 크게 낙담하는 줄리에게 아빠는 위로하는 말과 함께 그 나무 그림을 그려서 선물한다.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한 그루의 나무가 하얀 도화지에 그려진 걸 보니 줄리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걸까. 그림을 보면서 아빠는 이야기 한다. ”눈에 보이는 나무는 그냥 나무일 뿐 주위에 있는 풀, 꽃, 나무사이로 빛나는 햇살은 그저 하나지만 이 부분들이 모여 다 합치면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그때 비로소 아름다워지는거야.” 이 말을 들은 줄리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되고, 브라이스가 정말 괜찮은 소년인지 의심하게 된다.

곧 회복하게 된 줄리는 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부화시킨 닭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달걀을 낳자 이를 브라이스에게 갖다주게 된다. 하지만 전혀 고맙지 않은 표정으로 진심없는 말을 건내고는 계란을 받는 브라이스는 더러운 줄리네 앞마당에서 나온 달걀이라 살모넬라균이 있을거라 말하는 가족들의 말을 듣고 달걀을 모두 휴지통에 버리게 된다. 나중에 달걀을 버렸다는 사실과 그 이유를 듣게 된 줄리는 상처를 받고 줄리의 부모님께 앞마당을 손보자고 하지만 사실 요양원에 있는 지적장애인 삼촌의 소유이기도 하고 요양원 시설비를 대느라 여유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편, 브라이스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지만 그는 손자인 브라이스와는 공놀이 한 번을 해주지 않은 할아버지였다. 그랬던 할아버지는 동네 신문에 실린 줄리의 이야기를 보고 먼저 떠난 부인이 생각나서, 달걀 판 돈으로 앞마당을 직접 가꾸기로 한 줄리를 도와준다. 그런 할아버지가 브라이스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그동안 줄리가 브라이스 할아버지와 함께 열심히 가꾼 앞마당 잔디를 브라이스가 파기 시작한다. 자신이 어렵고 힘들게 가꾼 잔디밭을 브라이스가 파내는걸 보고 화가 난 줄리. 그런데 알고 보니, 브라이스는 줄리를 위해 나무를 심어주려던 것이었다. 잎만 봐도 알 수 있는 무화과나무였다. 나무를 심으면서 둘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잘려나간 나무가 다시 뿌리를 내려 서서히 자라나는 만큼 줄리와 브라이스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  그로부터 상황은 역전되어 브라이스 또한 줄리에 대한 마음이 생겨나게된다. 늘 가까이 있을 땐 몰랐던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라도 줄리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는 것을 느끼는 브라이스. 사랑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서로에게 천천히 뿌리내리게 된다는 걸 알게 된다.

영화 속 할아버지가 브라이스와 함께 밤길을 걸을 때 손자에게 해 주는 대사가 참 아름답다. “세상에는 밋밋한 사람도 있고, 반짝이는 사람도, 빛나는 사람도 있지. 하지만 가끔은 오색찬란한 사람을 만나. 그럴 땐 어떤 것과도 비교 못 해.”

나는 잠시 생각했다. 우리는 그렇게 오색찬란한 사람을 만날 때 사랑에 빠지는 걸까? 상대에 대한 나의 착각도 이유가 있는 것, 그 착각과 그 감정에 책임을 질 때 진정한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너도 나도, 이런 저런 부족한 부분들이 모여 하나의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니, 상대의 좋은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면 사랑하기가 한결 쉬워질 듯하다. 그리고 이는 곧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살랑이는 봄바람과 함께 당신도 영화 ‘플립’과 함께 그 옛날 첫사랑의 추억에 빠져보는건 어떨까?

 플립 (Flipped)의 OST —  노래:필 에벌리: Let It Be Me , Devoted to you

‘ Let il be me’ 는 맨 커터스(Mann Curtis)가 작사하고 길버트 비쿠드(Gilbert Becoud)가 작곡한 곡인데 1957년 질 코리(Gill Corey)라는 가수가 발표를 했지만 히트하지 못했다.

그러다 60년에 형제 듀엣 에벌리 브라더스(Everly Brothers)가 불러 매우 인기를 얻었으며 그 이후 여러 가수들이 이 곡을 불렀다. 올드팝이지만 이 곡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듣는다. 개인적으로 가끔씩 듣는 참 좋아하는 곡이다.

정 정숙

각자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 다른 세상에서 설렘과 기쁨을 안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나만의 길..감미로운 음악, 따뜻한 커피, 그리고 아름다운 책이 있을 그 곳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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