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북정마을엔 그 누가 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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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600년의 조선 역사가 가득 담겨있는 문화유산인 서울 도성의 북쪽에 위치한 마을이라 하여  ‘성북동’이라고 불린다.

조선 왕조 초 태조가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기 위해 궁궐과 종묘를 먼저 지은 후, 한양을 방위하기 위해 축조한 성곽에 돌과 흙으로 쌓은 4대문과 4소문을 두었다.

4대문은 흥인지문 (동), 돈의문 (서), 숭례문(남), 그리고 숙정문 (북)이 바로 그것이고 4소문은 흥화문 (동북), 광희문 (동남), 창의문 (서북), 그리고 소덕문 (서남)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종 때는 흙으로 쌓은 부분을 모두 돌로 다시 쌓고 공격과 방어 시설을 늘리는 대대적인 공사를 단행하였다고 한다. 숙종에 이르러서는 정사각형의 돌을 다듬어 벽면이 수직으로 되게 쌓았다.

광화문을 시작으로 청와대를 지나서 계속 올라가는 길에는 사람들을 내려놓고 어슬렁거리며 출발하는 급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마을버스, 심우장에서 10여분 걸어 올라가면 위치한 탁 트인 정상, 계단을 올라가면 아래 동네가 훤히 보일듯한 누군가의 담벼락.. 여기는 북정마을이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가는 동네이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성북동 북정마을은 젊음의 거리와 대학로에서 불과 20분 떨어진 거리에 있으며 옆으로 성곽을 끼고 있어 성벽 근처를 중심으로 생겨난 달동네의 모습은 흡사 큰 타원형을 띄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에 진행된 도시화는 이윽고 급격한 인구증가와 주택부족 문제로 이어졌고 그 결과 사람들은 성곽에 기대어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북정마을은 서울로 몰려든 사람들이 거친 땅을 깎고 다듬어 저마다 집을 짓고 골목에 모여 이웃이 된 마을이다. 마을이 생기고 난 후에 배고픈 문학인과 예술가들이 점점 모여들었다고 하는데 집값이 싼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성곽코스를 거닐며, 성문이라는 조그만 구멍 같은 성곽의 문을 통해 바라 본 북정마을은 방금 찾아온 설레고 아름다운 봄만큼이나 평화로웠다. 과연 저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열악한 환경 속에서 거주하던 북정마을 주민들은 재개발이란 희망마저 사라지게 되자 속속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고, 주인이 떠난 빈집에 새로 이사 오는 사람이 없자 빈집들이 하나 둘 늘었다고 한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대부분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실정이며, 현재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들 대부분은 재개발을 염두한 외부인들 소유들이라고 한다. 대문에는 몇 개월 전, 심지어 아주 오래전에 도착한 우편물들이 수북이 쌓여 있는 집들도 있었다.

서울 시내에 이런 마을이 있나 싶을 정도로 예스럽고 정감이 가는 동네!

서울성곽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주고 있어서 사람들이 살기에 최적의 동네가 아닌가 생각도 해보았다. 옛 것의 정감과 날 것의 그대로가 공존하고 있는 그 공간이 좋았다. 담장 너머 빨랫줄에 걸려있는 속옷과 겉옷, 깨끗이 다듬어진 텃밭, 밭을 일구고 있는 할머니, 지붕 위에서 봄의 햇살을 등에 지고 마냥 사랑스럽고 행복하게 누워 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늘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성곽길을 따라 거닐며 그날만큼은 한 발짝 살짝 늦추고 여유롭게 걸었다. 빠른 발걸음도, 큰 소리로 내뱉는 말들도, 나도 너도 모르게 ‘쉬이’하며 조용하게 그리고 천천히 걸었다. 이내 새로 지은 예쁜 집들이며 형형색색의 페인트로 칠해진 벽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서도 마당과 텃밭이 딸려 있고 나무가 자라고 있는 그 풍경은 서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득 담고 있었다. 왠지 평화롭고 사랑이 넘칠 것 같은 꼭 살고만 싶은 그 집은 옛날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집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현재에 나는 북정마을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성북동은, 조용한 곳을 찾아온 예술가들이 가득하다. 조용한 골목 곳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갤러리와 작업실 개념의 공방을 겸한 상점들은 상업적인 거리와는 다른 분위기를 뿜어낸다. 둘이서 걷기에도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세상에서 가장 작을 것 같은 눈에 띄는 예쁜 공방과 가게도 많았다.

예스러운 골목마다 즐비한 맛집 또한 일품이다. 상점과 음식점들은 작품에 애정을 가진 예술가들처럼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며 관광객을 대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정겨운 마을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에 따뜻하고 친근함이 묻어 있었다.

광화문을 시작으로 선무문, 말바위, 북정마을, 심우장, 수연산방, 그리고 길상사까지 이어지는 성곽코스를 거닐며 성 밖에서 조망한 조선의 시대별 한양도성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빈 집들이 늘면서 개발 필요성이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도시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져서 옛 것이 사라지지 않고 시민이며 많은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북정마을을 내려왔다.

정 정숙

각자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 다른 세상에서 설렘과 기쁨을 안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나만의 길..감미로운 음악, 따뜻한 커피, 그리고 아름다운 책이 있을 그 곳을 향해서..

정 정숙성북동 북정마을엔 그 누가 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