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숙의 씨네뮤직-기성세대 가치관 신랄하게 비판하는 영화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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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유치원에서 대학교, 더 나아가 대학원까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배움에 대한 졸업이다. 굳이 학생이 아니더라도 2월 말이 가까워지면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졸업식을 우리는 보게 된다. 졸업하는 그들은, 졸업을 핑계로 한 숨을 돌리기도 전에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

이는 비단 학생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누구나 졸업과 또 다른 시작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개개인의 삶을 살면서 중요한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시작과 방법은 조금이나마 다를 것이다. ‘시작’의 의미도 중요하겠지만 시작한 일을 마무리짓는 ‘졸업’의 의미 또한 중요하다. 부모의 자리에서, 엄마 아빠의 자리에서, 아들과 딸의 자리에서, 가장의 자리에서, 기업의 최고 책임자의 자리에서 등등.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당신을 둘러싸고 얽매이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졸업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당신을 둘러 싸고 있는 것들 사이에서 정처없이 헤매다 어느 날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비현실인지에 대한 답을 찾을 때, 우리는 비로소 졸업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에 소개하고자하는 영화는 마이클 니콜스 감독과 더스틴 호프먼 (벤자민 브래독 역), 앤 밴크로프트 (로빈슨 부인 역), 캐서린 로스(일레인 로빈슨 역) 주연의 영화 ‘졸업’이다.

‘졸업’은 1963년 발표된 미국의 소설가 찰스 웨브의 장편 소설(원제:The Graduate)을 각색한 작품으로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로 데뷔한 마이클 니콜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931년 독일의 베를린에서 태어나 7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마이클 니콜스 감독은 코미디언에서 출발해 사회풍자적인 코미디 영화로 뿌리를 내린 입지적인 감독이다. 이 작품은 그에게 두 번째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주게 되고, 이를 통해 무명배우였던 더스틴 호프만을 화려하게 할리우드 일약스타로 등극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어린시절부터 부모님의 뜻대로 살아 온 벤자민 (더스틴 호프먼)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 아들에게 부모님은 친구들을 모아 환영 파티를 열어준다. 하지만 벤자민은 무언가 그 상황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파티를 마치고 로빈슨 부인을 데려다 주는 길에 그는 그녀의 노골적 유혹에 빠지게 되고 그러면서 더욱 육체적인 관계에 탐닉하게 된다. 로빈슨 부인은 미국 중산층 여성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육체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기성 세대들을 표상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서라면 인간적인 순수함을 쉽게 버리고 거짓과 모략을 일삼으며 남을 짓밟는 것을 서슴치 않게 보여준다.

그녀의 딸 일레인 또한 방학을 맞아 집으로 오게 되고 우연히 벤자민을 만나게 된다. 만남이 계속되어가며 벤자민은 일레인과의 사랑에 점점 빠지지만 부인과의 관계 때문에 섣불리 고백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벤자민은 일레인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곤 일레인의 결혼식장으로 달려가서 웨딩 드레스를 입은 그녀를 붙잡고 그곳을 나와 그들만의 삶을 찾아 떠난다. 이전까지는 부모를 비롯한 기성세대의 뜻대로 살았던 그였지만 이제는 자신의 뜻대로 살기 위한 삶을 선택하는 그의 모습을 비추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에서 벤자민은 60년대 전형적인 젊은 세대를 대변하고 있다. 부모님의 강압과 구속, 그리고 대립이 그에게서 묻어난다. 베트남전이 진행중이었던 60년대에는 전쟁을 비판하고 기성세대에 반발하는 히피 문화가 지배적이었다. 벤자민의 무표정한 얼굴과 고뇌에 찬 눈빛을 통해 감독은 당시의 젊은 세대를 담아내고 있다. 현대를 사는 미국 젊은이들의 고뇌를 불안한 미래를 앞둔 벤자민의 방황을 통해 풀어내며, 기성세대 가치관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영화는 그 당시 산업화 시기를 직접 겪은 기성 세대 (5-60년생)와 젊은 세대(8-90년생) 사이에 여러 부분에서 상당한 갭이 존재하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시사한다.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전혀 다른 생각과 가치관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기성 세대는 자신이 산업화 시대를 겪으며 살아온 것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갖고 그것을 젊은 세대들에게 준용하기를 요구해 왔었다. 그래서인지, 젊은 세대들과 많은 갈등이 생기고 행복이 아닌 불행한 시대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든다.

이와 반대로 젊은 세대는, 기성 세대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들만의 삶을 살고 싶은 욕구는 충만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자신감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억눌린 감정을 가정과 사회에 표출시키며 이러한 분란을 통해 해방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변은 어떠한가? 나와 부모님의 관계는 어떠한가, 그리고 우리 아이들한테 나는 어떤 부모인가? 부모로부터 고집을 강요받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되려 당신이 자식들에게 지금 이 순간 그 어떤 것이라도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자.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활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소중함을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들어가는 미래에서 우리 인간의 존엄성은 대를 거슬러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까?

졸업의 OST ‘The sound of silence’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의 인기를 끌었던 듀엣 사이먼&가펑클 (Simon & Ga)의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본 영화에서는 ’미세스 로빈슨’과 ’스카보로의 추억’,’ 그리고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와 같은 그 시대 주옥같은 노래들이 삽입되어 영화의 격을 높여주고 있다.

영화를 다시 보며 사이먼&가펑클의 음악에 귀를 기울여 보라. 아름다운 음악이 영화와 얼마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깜짝 놀랄 것이다.

정 정숙

각자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 다른 세상에서 설렘과 기쁨을 안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나만의 길..감미로운 음악, 따뜻한 커피, 그리고 아름다운 책이 있을 그 곳을 향해서..

정 정숙정정숙의 씨네뮤직-기성세대 가치관 신랄하게 비판하는 영화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