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내게 준 추억! 그리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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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니 도서관에 갔을 때였다. 당시에 필요한 책을 대여하고 나오다 눈에 들어왔던 책!나도 모르게 잠깐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무언가에 홀린듯이 묘한 기분으로 노란책 표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혼자 오니?’ 라는 이름의 책을 그렇게 처음 잡게 되었다. 표지를 보고만 있어도 그 옛날 나의 어린시절, 내가 자랐던 예쁘고 따스한 우리 동네의 풍경이 모락모락 떠올랐다. 그 기억은 노란 유채 밭을 넘어, 들에서 일하시던 엄마와 아버지를 지나서, 그 옆에서 놀고 있던 나와 동생, 그리고 친구들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검정 고무신과 구멍 난 바지 저고리는 아니었지만 책 속에 나오는 아이는 어렸을 때 내가 했던 행동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신기하고 또 신기한 마음에 눈을 감고 잠시 시간여행을 하기로 했다!

책 표지에 그려져 있는 노란 유채, 노란 민들레와 개나리, 그리고 초록 풀 들로부터 봄날의 생동감이 물씬 느껴진다.그리고 그림 속에 등장하는 어린 형제의 스토리는 바로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그림으로부터 소환되어온 오래된 기억속의 우리 형제들에겐 무어라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정과 사랑이 넘치고 있었다. 책을 넘길수록 나의 유년시절 속 아름다웠던 풍경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도, 잠시 잊고 살았던 미련스럽고 안타까웠던 추억까지도 생각나게 했다.그렇게 작가는 은은하면서도 아름다운 봄의 향기를 순수하고 예쁜 아이의 마음이 묻어있는 그림을 통해 그대로 그려내고 있었다. 작가를 직접 만난적은 없어도 누구보다 작가의 추억을 잘 알고 있었던냥 자연스럽게 작품속으로 빠져들었다.  마치 나의 어린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혼자서 집을 찾아오는 길, 언제나 그렇듯 형은 동생을 살피고 있다. 어미를 따르는 송아지처럼 어린 동생의 걸음 걸음은 사랑스러우며, 동시에 행복하다.  잠시 형처럼 송아지를 만졌다가 되려 겁이 나서 뒤로 물러서는 경이를 나는 이해한다. 그 마음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 옛날, 우리집 송아지를 만졌다가 어미소의 뿔 난 행동에 기겁을 하며 달아나곤 했었던 나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어미소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소를 보면 경이처럼 먼저 겁이 난다.

 

노란 개나리가 펴 있는 개울가를 지나오면서 경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고 싶은 행동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겠지만, 혼자 두고 가 버린 형을 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형 없이 개울가를 혼자 건너보는 경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지만 이를 이겨냈을 때 얻어낸 성취감은 그 무엇보다 짜릿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웃음이 저절로 난다.

경이가 걸어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노란 민들레가 핀 들판도 그냥 지날 수 없다. 옆으로 다가가 예쁜 민들레를 하나 꺾어 꽃씨를 불어본다. 둥둥 날아가는 꽃씨들이 어디까지 날아갈까 하늘도 빼꼼 쳐다보니 아버지와 함께 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 날도 따뜻한 봄날이었다.

태양을 어깨지고 아버지를 따라 뒷산에 오르며 나는 찔레순을 따서 먹어 본 적이 있다. 찔레나무 옆에 서서 찔레순을 따다보니 때로는 가시가 손가락을 찌르기도 했었다. 찔레순의 새콤달콤한 그 맛은 가시에 찔린 아픔을 잊게 한 봄의 바로 그 맛이었다. 찔려서 아프지만 새콤달콤한 그 맛은 예쁜 유채 밭에서 나비와 씨름하는 경이와 닮았다. 나비 한 마리를 잡으려고 온 신경을 집중해서 걸어가는 경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어머나! 잡지 못하고 나비를 놓쳐 버렸네!” 하며 나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나온다. 잡다가 놓쳤을 때  잡아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그 기분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산에 오를 때에는 울창한 수풀만큼 뱀 또한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나의 오랜 시절 기억에는, 아버지를 따라 산에서 내려오던 길 한복판에서 뱀을 보고 “걸음아 나 살려라!”를 외치며 뒤도 안돌아보고 달리던 기억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물론 지금도 나는 뱀이 제일 무섭다.

그 옛날 내가 수많은 시련과 모험을 했던 것 처럼, 그 많은 어려움과 무서움을 이기고서 경이는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책이 거의 마지막에 다다랐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경이가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다. 그런 나와 비슷하게도 형은 담벼락 끝에서 동생을 지켜보고 서 있다. 동생을 먼 발치에서 다 보고 있었던 형은 동생이 얼마나 대견스러웠을까? 서로를 걱정하는 형제의 사랑에서 봄이 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김순희 작가는 이러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여러 그림책에 담아왔는데,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는 ‘누구야!’와 ’내 꺼야!’, 그리고 ‘따라 하지 마!’ 등 이 있으며, 그림을 그린 그림책으로는 ‘산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와 ‘새는 새는 나무 자고’ 등이 있다.

유년의 기억이 엇비슷한 그녀를 언젠가는 한번 보게 될 날 이 있을듯하다. 마치 어릴적 동네 친구를 만나듯이.

정 정숙

각자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 다른 세상에서 설렘과 기쁨을 안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나만의 길..감미로운 음악, 따뜻한 커피, 그리고 아름다운 책이 있을 그 곳을 향해서..

정 정숙봄이 내게 준 추억! 그리고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