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무거운 이유

                                          맹문재

 

어느 시인은 책이 무거운 이유가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책이 나무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시험을 위해 알았을 뿐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에 밑줄을 그었다

나는 그 뒤 책을 읽을 때마다
나무를 떠올리는 버릇이 생겼다
나무만을 너무 생각하느라
자살한 노동자의 유서에 스며 있는 슬픔이나
비전향자의 편지에 쌓인 세월을 잊을지 모른다고
때로 겁났지만
나무를 뽑아낼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한 그루의 나무를 기준으로 삼아
몸무게를 달고
생활계획표를 짜고
유망 직종을 찾아보았다
그럴수록 나무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채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었다

내게 지금 책이 무거운 이유는
눈물조차 보이지 않고 묵묵히 뿌리 박고 서 있는
그 나무 때문이다

 

 

그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젊고 핸섬했습니다. 현재 안양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시인이자 평론가이기도 합니다.

오늘 문학나들이에서는 몇 편의 시를 예로 들어가며 자기애를 찾는 일이 시의 출발이라고 심도 있는 강의를 해주었습니다. 소리를 증폭해주는 마이크도 없었지만 오히려 산만하지 않아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모두는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 양 맹문재 교수의 강의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반쪼가리 자작의 소설을 인용한 그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온전하다고 여기지만 결국 반쪼가리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반쪽의 한쪽은 사악하고 반쪽의 다른 쪽은 선한데 끊임없이 이 둘은 충돌을 한답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할 때 이 반쪼가리의 의미를 깨닫고 자기애를 바탕으로 쓰여지는 시를 발견하게 될 거랍니다.

그는 또 시를 쉽게 쓰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사람이 많은데 시는 매우 어렵게 읽고 어렵게 써야 그 가치가 빛난다고 역설합니다. 시를 쓰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며 시 한 편이 한그루의 나무를 베는 것과 같은 값어치를 해야 한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사물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관찰하여 그 본질을 꿰뚫어 보는 특유의 감성적 투시력이 있다고 민병기 시인은 얘기합니다.

그는 다시 라캉의 의식세계를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의식을 상상계와 상징계, 실재계로 나누는데 상상계는 늘 자기만을 생각하는 단계이고 상징계는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로 탄생하는 과정이랍니다. 실재계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 라 부르며 이때 사회규범과 사회질서를 배우게 된다는군요. 사람이 상상계만 머물러 있으면 보통 정신병자라 부른답니다. 글을 쓸 때 자신의 상상 속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실재 속에서 실제를 바라보아야 좋을 글을 쓸 수 있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