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 평생 동안 혁명을 노래했듯 그의 음악에는 늘 인간에 대한 존엄이 들어있다. 기타리스트 짐 홀(Jim Hall)은 또 어떤가. 누가 들어도 대번에 알아챌 만큼 그의 기타는 특유의 온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짐 홀은 2013년에, 찰리 헤이든은 2014년 여름 연이어 이 세상을 떠났다. 그들의 듀오 앨범 ‘Charlie Haden & Jim Hall’(impulse)은 1990년 실황으로 녹음되었으나 웬일인지 2014년이 되어서야 앨범으로 발매되었다. 자세한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추측건대 2013년 짐 홀에 이은 2014년 찰리 헤이든의 타계가 결정적인 발매 동기가 아니겠나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연주자의 부재가 이 역사적인 음반의 발매를 촉진시킨 셈이다. 어찌 되었든 두 거장이 함께 녹음한 앨범은 Charlie Haden & Jim Hall이 최초이자 유일한 음반이다. 더구나 찰리 헤이든에게도, 짐 홀에게도 유작이 되었으니 앨범의 가치는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부족하지 않다.

레이블 임펄스(impulse) 특유의 붉은색이 도는 매력 있는 자켓 디자인이다. 두 마리의 고양이 실루엣 역시 사랑스럽다. 연주 자체야 물론 두말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아름답다.

언급했다시피 녹음은 1990년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 실황으로 진행되었고 2014년에 발매되었다. 총 8개의 단출한 트랙 중 찰리 헤이든의 곡으로 First Song, In The Moment가 수록 되었고 짐 홀의 곡으로는 Down From Antigua와 Big Blues가 담겨져 있다.

베이스와 기타라는 듀오 구성 특성상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워낙 세심한 녹음 작업 덕분인지 베이스와 기타 듀엣의 차분함뿐 아니라 연주 중간이나 마칠 때마다 들리는 박수 소리로 재즈 페스티벌 실황다운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사실 찰리 헤이든 만큼 듀오 연주를 많이 한 연주자도 드물다. 대표적인 작품이 베이스와 기타라는 동일한 포맷으로 1997년에 팻 메스니와 함께 발표한 ‘Beyond The Missouri Sky’(Verve)다. 발매가 훨씬 앞선다고는 하나 사실 Charlie Haden & Jim Hall의 녹음이 1990년에 이루어졌으니 동일한 구성의 후속 작이라 불러도 무방하다.듀오 연주를 즐겼다는 점에서는 짐 홀도 마찬가지다. 특히 재미있는 건 찰리 헤이든의 기타 상대였던 팻 메스니와 짐 홀이 듀오로 발표한 앨범이 있다는 것이다. 1999년 레이블 Telarc에서 발표한 ‘Jim Hall & Pat Metheny’다. 또한 펫 메스니의 1982년 대표작인 ‘Offramp’는 짐 홀의 서정성에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고 찰리 헤이든과 펫 메스니는 모두 미주리 주가 고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니 세 사람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복잡하면서도 재미있다.

앨범 Charlie Haden & Jim Hall의 베스트 트랙은 뭐니 뭐니 해도 찰리 헤이든의 영원한 대표작이자 명작인 두 번째 트랙 First Song이다. 짐 홀 특유의 영롱한 기타 음색과 찰리 헤이든의 든든하면서도 풍부한 베이스에 더해 중간에 터지는 박수 소리를 듣는 묘미가 있다. First Song의 수많은 버전 중에서도 수작에 꼽히는 연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