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Lost Heroes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이로 란탈라(Iiro Rantala)를 그저 트리오 토이킷 시절의 유머러스한 피아니스트로만 생각했다. 이로 란탈라는 클래식과 재즈 양 장르의 정규 교육을 모두 이수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88년 당시만 해도 재즈의 변방이었던 핀란드에서 말 그대로 혜성처럼 자신의 트리오를 이끌고 나타나 번뜩이는 창의성과 특유의 유머로 화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다양한 음악적 실험과 창의를 바탕으로 주목을 받았던 트리오 토이킷은 아쉽게도 2007년에 해산하게 된다. 이후 란탈라는 솔로 활동에 매진하면서 음악적 변화를 꾀한다. 그러던 중 2011년 드디어 현재 유럽 재즈의 대표적 레이블로 우뚝 선 레이블 ACT에 입성하게 된다.

2011년 발표된 앨범 Lost Heroes는 이로 란탈라의 첫 솔로 앨범이자 ACT 데뷔 앨범이다. 란탈라 자신의 음악적 삶에 영향을 준 빌 에반스, 자코 파스토리우스, 에스뵈욘 스벤슨, 에롤 가너, 아트 테이텀, 미셸 페트루치아니, 오스카 피터슨과 루치아노 파바로티에 대한 헌정 앨범 격이다. 사실 트리오 토이킷 시절 대표작 Kudos 또한 같은 성격의 작품이니 Lost Heroes는 그 뒤를 잇는 후속 작품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다만 차이점은 Kudos가 트리오 구성이었다면 Lost Heroes는 란탈라의 솔로 피아노 작품이라는 것. 또 하나는 전작에 비해 좀 더 성숙해진 피아니즘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마치 성숙한 자기 성찰의 모습을 구현했다고나 할까?

이로써 란탈라는 자신이 단지 재기 넘치는 재즈 피아니스트일 뿐 아니라 예술적 감각까지 겸비한 진정한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린다. 실제로 그는 록과 팝의 경계를 허무는 기교와 무대 퍼포먼스, 재즈 장르의 작곡, 연주뿐만 아니라 정통 고전음악까지 작곡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뮤지션이다.

Lost Heroes 역시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이 란탈라 자신의 자작곡일 만큼 란탈라 자신의 예술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총 10개 트랙 중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것이 없으나 특별히 아끼는 트랙은 루치아노 파바로티에 대한 찬사와 존경을 담은 마지막 트랙 Intermezzo다.

Intermezzo는 이탈리아 작곡가 피에트로 마스카니가 작곡한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 멜로디가 들어가 있다. 워낙 유명한 멜로디라 인트로를 듣는 순간 대개는 알아챌 만한 곡이다. 그러나 란탈로의 연주는 원곡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재즈의 즉흥성이 절묘하게 녹아 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단지 피아노 솔로만으로 이토록 풍부한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건 란탈라의 예술성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개인적인 고백이지만 최근에 부쩍 눈물이 많아졌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눈물을 쏟으며 울고 싶을 때가 있다. 딱히 우울감이라고만 할 수 없는, 지나온 삶에 대한 감사인지 혹은 아쉬움인지 아니면 성찰인지 모를 모호한 이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럴 때 이 트랙 Intermezzo를 가만히 듣곤 한다. 조금은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이 트랙은 아무도 모르게 꽁꽁 숨겨 놓고 듣는 일종의 나만의 히든 트랙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