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일이 없을 것 같은 달이다. 가을 분위기는 이미 퇴색되어 버렸고 그렇다고 떠들썩한 연말 분위기를 내는 건 너무 이르다 싶다.

그러나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며 회상하고 성찰하기엔 오히려 북적북적한 12월보다는 적기라는 생각도 든다. 잡다한 행사가거의 없어 번잡하지도 않을 테니 조용히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시기다. 그런 11월도 어느덧 다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이 시기엔 화려한 테크닉이나 스윙감이 풍성한 음반은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과 행크 존스(Hank Jones)의 듀오 음반 ‘Steal Away'(Verve)를 소개한다.

앨범 주인공 중 하나인 찰리 헤이든은 1957년 오넷 콜맨의 밴드 일원으로 참여하여 프리재즈에 천착하였지만 10년 뒤(1967년) 키스 자렛과의 활동을 기점으로 서정적인 연주에도 일련의 활동성을 보여준 재즈 베이스의 거장이다. 특히 많은 연주인들과 녹음한 듀오 명반이 많기로 유명하다. 행크 존스와의 Steal Away를 비롯하여, 짐 홀과 함께 한 ‘Charlie Haden & Jim Hall’, 팻 메스니와의 ‘Missouri Sky’, 에그베르토 기스몬티와의 ‘In Montreal’, 키스 자렛과 함께 내놓은 ‘Jasmine’과 ‘Last Dance’ 등이다. 듀오 앨범이 많다는 건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터플레이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앨범 Steal Away의 멤버로 참여한 행크 존스 역시 서정적이고도 부드러운 타건으로 대변되는, 본인만의 개성을 나타내기보다는 연주자 간의 조화를 중시하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엘라 피츠제럴드의 반주자로 활동했던 그의 연주 이력에서도 알 수 있다.

Steal Away는 흑인 영가와 찬송가, 포크송들이 가득하다. 수록곡들 대부분이 재즈의 원류가 되는 곡들이지만 앨범 전체에는 재즈 특유의 스윙감 보다는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가 더 강하다. 게다가 두 연주자 간 인터플레이는 비워진 공간 같은 여백이 가득하다. 이런 경우 다소 심심하거나 허전하게 느껴질 법도 하나 들으면 들을수록 음과 리듬의 밀도가 무르거나 싱겁지 않고 담백하다. 결코 도드라지는 법 없이 서로를 존중하는 두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마치 두 사람이 따듯한 대화를 주고받는 듯하다. 한마디로 ‘감사와 배려가 충만한 대화’라고 표현할 만하다.

 

CHARLIE HADEN – STEAL AWAY (FULL ALBUM) 

한편 오래된 옛 교회의 모습이 담긴 재킷 사진과 수록된 곡들의 면면으로 종교적 필터를 끼우고 평할 수도 있으나 오히려 특정할 수 없는 어떤 보편적인 노스탤지어가 느껴진다. 연주는 단 두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혼자서 들어도 좋고 둘이서 들어도 좋고 여럿이서 같이 교감을 나누며 들으면 더욱 좋을 음반이다.

’11’이라는 숫자를 노트에 적고 찬찬히 보고 있으니 숫자 ‘1’ 두 개가 사이좋게 나란히 서 있다. 마치 Steal Away의 앨범 재킷 사진 속 교회 앞에서 찰리 헤이든과 행크 존스 두 연주자가 웃으며 서있는 듯하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닌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꽉 채우기만 해도 좋을 일이다.